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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요렇게 따뜻한 온돌 같다면...

햇살가득한 2007. 2. 26. 23:39
인생이 요렇게 따뜻한 온돌 같다면...
번호 : 1721   글쓴이 : 김삿갓
조회 : 144   스크랩 : 0   날짜 : 2004.12.15 21:40
애들은 늘 열기가 펄펄 끓는다.
히터를 틀어 주면 뭐하랴. 끊임없이 움직이는 애들은 수시로 창문을 열어 놓는다.
출입문도 열고 들어오고 나가서는 닫지를 않는다.
그래서 난 늘 어깨를 웅크리고 하루를 보낸다.

저녁을 먹고 TV를 보다가 밥상을 밀어두고 쿠션에 기댔다가 자꾸 밑으로 미끄러져 눕는다.
그래도 귀찮은 것을 몰아 내고 씽크대에 그릇들을 담아 두고는 이를 닦고 온다.
그리고 온기를 빨아들이도록 요와 이불을 편다.
베란다 문과 현관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추위를 핑계삼아 이불 속으로 잠수하듯 미끄러져 들어간다.
그래, 좀 쉬었다가 일을 시작하지 뭐. 하루 종일 바쁘게 보냈으니 내 육신에게도 보상은 해 줘야지.
방문을 죄다 닫는다. 공기가 한결 상쾌해진 느낌이다.
엉덩이가 따뜻하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 갈까 잠시 망설인다.
오늘 밤에 해야 할 일을 떠올린다. 꼭 피해 갈 수 없는 일이 한 가지 있다.
그렇지만 더 깊은 곳으로 잠수를 해야겠다.
요 밑으로 기어 들어가 따뜻한 방바닥에 등을 눕힌다.
하루 종일 웅크러들었던 어깨가 흐물렁 거린다.
정신도 흐물렁 거린다.
인생도 온통 이렇게 따뜻한 온돌의 유혹 같다면.
그 따스함은 행복을 넘어서 쾌락으로까지 느껴진다.
그러나 따스한 유혹을 뒤로 하고 찬 책상으로 옮겨 앉아야 하는 적이 종종 있다.

으!!
일어 나야 할까 말까?
늘 잠깐 자고 나서 뭘 해야지 했다가 초저녁부터 아침 까지 잔 적이 몇 번 있다.
오늘은 안 된다.
단단히 각오를 하고 이불 속에서 기어 나왔다.
눈은 떨어지지 않고 이불 끝에 고무줄이 달린 것 마냥 자꾸 이불이 잡아 당긴다.
주방으로 기어가 식탁 위의 귤을 마구 까 먹기 시작한다.
정신 차릴려고 까 먹은 귤이 다섯 개.
그래도 정신이 들지 않아 컴퓨터를 켠다.
잠아 떨어져라. 정신 차려라.
까치방에 들어와 글을 올리다 보니 잠이 달아 난다.
이젠 일을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