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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과 도반 짝을 찾아 길을 떠나다

햇살가득한 2007. 2. 27. 00:33
김삿갓과 도반 짝을 찾아 길을 떠나다
번호 : 2713   글쓴이 : 김삿갓
조회 : 245   스크랩 : 0   날짜 : 2005.06.23 23:50
김삿갓이란 닉네임. 사실 그거 시침떼기 위한 속임수였소.

전국을 품안에 안고 그 안에서 짝을 찾아 김삿갓처럼 전국을 떠돌아 다녔으나

오뉴월에도 옆구리 시린 칼바람 소리 여전하고

간간히 염장 지르는 소리만 들리는지라.

이 육지안에는 짝이 없다는 결론.

그리하여 울릉도 옆 죽도라는 섬으로 유랑의 길을 넓혀 보고자 하오.

허나 오뉴월 시린 옆구리가 도반이라는 동병상련의 동지를 만나면 좀 녹여질까하여

같이 죽도로 가기로 하였오.

김삿갓.

비록 손에 쥔 것은 없으나 친구를 위하는 마음 바다와 같아

죽도에 사는 그 총각 TV에서 비춰진 모습 그대로라면

기꺼이 도반을 떨궈놓고 혼자 돌아 오기로 눈물을 머금고 떠난다오.

도반 또한 진행되고 있는 일에 충격을 심히 받은 듯 하오.

어떤 땐 접시에 코 박고 죽자는 선동을 하기도 한다오.

그려.

친구 좋다는 게 뭔가.

내가 목욕 할 때 옷을 벼랑에 던져 버리던가

이도 실패하면 배가 출항할 때 도반의 짐들을 죽도로 내던져야겠네.

도반은 내게 다른 섬을 알아 보라고 했으니 이미 60퍼센트 이상의 마음은 열린 게 아니겠소.

그러나 막판에 이 광경도 걱정이 되지 않는 바는 아니오.

죽도를 출항하는 배한테 서로 남의 짐을 던져 실어버리는 건 아닌지.

이젠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소.

이 해도 이제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소.

앞의 십단위 나이를 산뜻하게 갈아 치우려면 도반과 김삿갓 품앗이라는 전통이라도 따르는 수밖에.

앞으로 도반을 자주 볼 수 없겠지만 우리 축복으로 보내 줍시다.

그리고 쏠로 정팅을 도반을 위해서 한번쯤은 죽도에서 하는 것도 좋을 듯하오.

참, 울릉도행 배편은 24일 10시라 하오.

안녕히들 계시오.

김삿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