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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이 번지 점프를 하다.

햇살가득한 2007. 2. 27. 21:39
우렁이 번지 점프를 하다.
번호 : 12849   글쓴이 : 김삿갓
조회 : 87   스크랩 : 0   날짜 : 2004.06.11 21:33
아무래도 조만간 산골로 들어가야지 내가 생각해 봐도 영 촌스런 사람인가 봅니다.
남들은 분위기 있는데서 밥을 먹는다, 차를 마신다 하지만
시속 30키로 놓고 좁은 길 쑤시고 다니는 게 더 신나니 말입니다.
산에 가면 꼭 뭔가를 캐 오거나 따 먹거나(딸기, 오디 등)
들에 가면 질경이 몇 잎을 뜯어다 무쳐 먹질 않나....
며칠 전에는 개울에 갔더니 다슬기가 있길래 스무 마리 정도 잡고,
개울가에 사는 아주머니가 민물조개랑 우렁이를 다라에 하나 잡아 놓은 걸 보고는
몇 마리 얻어 학교로 가져갔더랬어요.
마침 요즘 척추, 무척추 동물 특징 짓는 단원을 배우길래 애들에게 보여주면 더 좋겠다는 생각에.
우리반 뿐만 아니라 9반까지 주욱 돌려 가며 구경을 시킨 뒤
반에서 키울 것인지 다시 개울로 되돌려 줄 것인지를 물어봤더니 키우자고 하네요.
물론 그럴 줄 알았죠.
애들은 처음엔 관심이 많으니까.
역시 그 날 오후에 물 갈아주러 선뜻 나서는 녀석이 없었지요.
이미 오늘은 몇 마리가 죽었는지 플라스틱 반찬 통으로 기어 올라오지 않고,
민물 조개도 코같은 (부족이라고 하지요?) 속 살을 내 놓지 않더군요.
그래서 애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차를 태워서 동네 강으로 갔지요.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니 물이 너무 오염 된 거 같았는데
낚시를 드리운 사람을 보고 위안을 삼아
다리 가운데에 섰습니다.
초파일날 물고기 방생하듯 잘 살라고 짧게 기도 해 준뒤
다슬기, 우렁이, 민물 조개를 다리 아래로 쏟았습니다.
번지점프하듯 쏟아져 내려간 녀석들 이사 가서도 잘 살았음 좋겠습니다.

역시 우리집에 들에서 이사 온 몇몇의 야생화가 있어요.
조만간 내 집을 꾸미리라는 야심에 그것들을 모으고 있지만
역시 들풀은 들에서 자라야 제 빛깔을 내더군요.
매발톱 꽃씨는 양지에서 자란 것 보다 실하지 않게 열매를 맺고
더덕 줄기도 가녀려서 언제 종 모양의 꽃을 달지...
하지만 얘들아, 쪼매만 기다리거라.
답답한 화분 속이 아닌 넓은 뜰에서 네 다리들을 쭉쭉 펴고 토실토실하게 열매 맺도록 터를 마련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