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쪽파를 다듬다가
햇살가득한
2007. 2. 27. 21:41
쪽파를 다듬다가 | |
번호 : 4629 글쓴이 : 김삿갓 |
조회 : 150 스크랩 : 0 날짜 : 2005.05.01 10:29 |
작년 가을에 쪽파 씨를 사다가 심었다. 지금도 긴가민가 한 것은 내가 쪽파 씨를 한 알씩 떼어서 심었는지 통째로 심었는지 기억이 없다 아무래도 한 개씩 떼어서 심었을 것 같은데 올라올 때는 여러 잎이 한꺼번에 뾰족히 올라오는 거다. 싹이 올아올 때쯤 한 번 파 봤어야 하는데. 어쨌든 그 쪽파는 김장철에 너무 어려서 뽑아 먹지 못하고 내버려 뒀는데 눈덮인 겨울에 창밖으로 내다봐도 파 이파리는 좀 누런 색깔로 변해 있고 그래도 살아 있는 거다. 이른 봄이 되자 녀석들 가장 먼저 이파리를 밀고 올라 오는데 머리 단정하게 자른 남자 아이 같기도 하고 통통하게 살 오른 아기 피부 같기도 한 것이 점점 커갔다. 파전, 파강회 등을 해 먹다가 그래도 미처 다 뽑아 먹지 못하고 어제 뽑아 왔더니 이파리도 누렇게 변하고 희끗희끗 병도 오는 것 같은 것이 줄기도 속이 비어서 축축 늘어진다. 그런데 뿌리부분의 알은 아주 튼실하다. 한달 전까지만도 줄기랑 뿌리의 굵기가 별 차이 없더니 아, 파를 다듬다 생각한 것이 쪽파는 대파처럼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라 온갖 영양을 뿌리쪽으로 모아서 그 뿌리로 다음 세대를 이어가는 구나. 마치 임산부가 온갖 영양을 태아한테로 보내듯이 말이다. 파를 다듬으며 식물의 오묘한 질서에 감탄이 나올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