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집은 어디일까?
대학 다닐 때 해보고 싶은 게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전국 여행 하는 거.
20대에 가졌던 꿈인데 그냥 꿈으로 남아 있지만 지금도 불쑥불쑥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어제는 자전거 여행 동호회를 뒤적대다가 자전거 타고 여기 저기 다니는 사람들 얘길 읽다가
나도 몇 박이라도 자전거를 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반네 집엘 갔다 오자.
다른 날보다 흐린 것이 자전거 타기 딱 알맞을 거 같아
오랫동안 안 타서 바람이 다 빠졌을 법한 자전거를 꺼냈다.
이런, 신발이 없다.
끈달린 신발은 페달에 감겨 위험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등산화를 신는다.
스포츠는 폼이라던 누구 말이 있지만 완전 웃기는 폼이다.
뒷주머니에는 휴대폰, 만원짜리 한 장, 주민등록증, 카드 한 장을 넣고 천천히 달린다.
참 자전거를 타기 전에 뒷산엘 올랐었고
바로 물을 뒤집어 쓰리라 생각하면서
떨어지는 땀을 뒤집어 쓰면서
참을 인자 글자를 한자 새겼다.
그러다가 생각한 게 오전에 미루고 있던 도반네를 가는 거였다.
미리 연락하지도 않았다.
그 친구네 아파트가 보이는 곳에서 전화를 걸어
입던 차림 그대로 슬리퍼를 끌고 나오래서는
시원한 음료나 하나 사달래야겠다.
그리고 수다를 좀 떨다가 다시 자전거를 돌려 오자는 심산이었다.
운동을 얼마나 안 했는지 오르막길에 숨이 턱턱 막힌다.
내려서 끌다 보니 긴 터널이 있다.
갓길이 없으니 보행금지란다.
모르는척 그대로 가기로 했는데 역시 무리인것 같다.
차들이 장난 아니게 많이 다닌다.
잠깐을 되돌아와 종점에 서 있는 버스 기사님께 태워달랬더니 안 태워준댄다.
건너편길은 갓길이 있으니 그리고 가라고 하면서.
마주 달려오는 차가 공포영화 수준이다.
굴 안이라 소리가 어찌나 큰 지 심장을 떨어뜨리는 거 같다.
도반 니네 집은 어디 있는 거니?
왜 이리도 먼 거야?
자가용으로 15분이면 되지 않았었니?
먼지 때문에 실눈을 뜨면서 겨우겨우 굴을 빠져나가
2%를 마셨다.
헉헉, 도반아, 니 집에 있어야 한데이.
또 굴이다.
이번엔 자전거를 탈 수도 없다.
저쪽에서도 젊은 남자애가 자전거를 끌고 가고 있다.
으흐흐, 동병상련이군.
굴을 다 빠져 나가니 이번엔 갓길을 포장하느라 죄다 파 헤쳐 놨다.
다시 자전거 끌고 무작정 걷기.
신호등도 없는 횡단보도를 아슬아슬하게 건너서 겨우 자전거를 탔더니
좁은 차도에 너무 급경사라 위험하다.
도반, 넌 반드시 집에 있어야돼.
이 좁고 위험한 길을 다시 자전거를 타고 갈 수는 없어.
태워다 주던가. 뭔 수를 써야혀.
처음 의도는 간단하게 음료수 한 병 마시고 되돌아 오는 거였는데
길이 험할 수록 도반을 잡아 묶어둔다.
어찌어찌 위태위태 아슬아슬
도반네 아파트가 보인다.
시계를 보니 1시간이 경과했다.
우선 집 전화번호를 눌렀다.
엄마가 받으신다.
불길한 징조다. 도반이 없을 수 있다는.
"외출했는데..."
갈 길이 막막하다.
휴대폰을 눌러 보자. 집으로 돌아오고 있을 지도 모르니깐.
"어디야?"
"제부도."
이 때 경적을 울리며 차가 지나간다.
"넌 어디야?"
"니네집 앞."
"거긴 왜?"
"걍 자전거 타고 왔어."
하이고~~~
도반은 연락하고 오지 어쩌고 저쩌고 말을 늘어놓는데 이제 도반 말 소리는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
어떻게 간담?
희망보고 차를 가져오라고 할까?
이왕 뺀 칼, 무라도 썰자.
다른 길로 돌아서 가는 수밖에.
대형 아파트 신축 단지로 2차선이 있어 내려가는데,
이 동네는 왜 이리도 경사가 급한거야.
아파트 살면서 인라인도 못 타겠다.
투덜거리며 4년전 철퍼덕 길가에 널부러졌던 때가 떠올라 브레이크를 움켜 쥐었다.
그런데 이 아파트를 지나면 오히려 서울로 더 들어서게 된다는 거다.
기껏 내려갔다가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돌고 다시 올라오기.
이미 해는 저물고
눈에 띄는 색깔도 아닌 검은 상하 패션이라 택시를 잡았다.
바퀴를 빼서 뒷자리에 싣고
에어콘이 빵빵하게 나오는 택시 앞자리에 앉아
이러다 전국일주 반에 반도 못하겠군 하는 푸념이 나온다.
도시에선 자전거 타지 말아야지.
난 오늘도 탈도시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