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톰과 제리

햇살가득한 2007. 4. 28. 22:16

십팔 년 전.

내가 주소를 들고 물어 물어 찾아 간 집 대문에 서서 계세요를 부를 때도 언니가 그 곳에 없길 바랬지만

언니는 빨간 잠바를 입고 그 집 부엌에서 나왔다.

하루에 세 번밖에 다니지 않는 산골 마을.

그래서 엄마는 결혼을 반대했고

언니는 사랑은 아니지만 결혼을 했다.

 

라면상자를 집으로 꾸며 계단, 침대, 화장대, 인형을 만들어 줘서 놀았던 조카는 독서실엘 가서 보이지 않고

자기 아버지보다 몸집이 더 커버린 남자 조카 아이는 옛날처럼 달려 나오기는 커녕 자기 볼일을 본다고 시내로 가버렸다.

그 새 언니네 동네는 전원주택바람이 불어 졸지에 땅부자가 되었고

형부도 논을 가는 대신 부동산을 들락이며 더 폼나는 차를 사길 갈망했다.

 

변하지 않은 건 언니와 시어머니 관계였다.

잔정이 많은 언니는 집에 올 때도 빈손으로 오는 법 없이 비닐봉지에 사과나 엄마 로숀 등이 들어 있었고

시어머니는 이웃집 할머니가 와도 집에서 뭐 들고 갈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잠시도 마루를 떠나지 않는 노인네였다. 

아직도 팔순이 넘은 연세에 ㄱ 자로 구부러진 허리로 쌀독의 쌀을 내 주고 손으로 쓸어 표시를 해 놓는 양반이었다.

시어머니가 세간살이 나간 막내 아들에게 뭘 하나라도 더 주려고 구석구석 꿍쳐 놨다가 갖다 주고

언니에게는 여름에 고추장이 부풀었다가 꺼지면 다른 집 퍼다 줬다고 노발대발 하신다고

"왜 내가 농사 짓고 김치 담았는데 딸들한테는 다 퍼주고 왜 나는 동생 몇 포기 주는것도 눈치를 봐야 하냐고."

외치면서도 시어머니 눈치를 보며 김치를 건네주는 언니.

끊임없이 생쥐를 잡겠다고 이리뛰고 저리 뛰지만 늘 당하는 톰과 

보기좋게 톰을 따돌리며 약올리는 제리는

만화속이 아닌 현실에서의 두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