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식사하셨습니까?

햇살가득한 2007. 6. 28. 20:33

먹고 살기가 힘들 때 밥 먹었냐고 물어 보는 게 인사로 굳어졌다는데

형편이 나아진 요즘엔 굳이 이런 인사를 안한다. 

그런데 홀로사는 쏠로들에게는 이 인사가 가슴에 와 닿을 때가 있다.

전에 장호원에 살 때는 혼자 살면서도 갈비찜이니, 옻닭이니 하는

식솔 몇을 둔 주부들이 상에 올리는 것들을 만들어 먹곤 했는데 

이곳으로 이사를 하고 부터는 말 그대로 "끼니"만 겨우 잇고 있는 셈이다.

이러다 영양실조 걸리는거 아닌가 싶어

아침엔 부산한 와중에 미역국을 끓였다.

그런데 정성이 안 들어간 밋밋한 미역국에 식은 밥덩이 넣어 말아 먹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다.

지난주부터 몸이 안 좋아 잇몸이 헐고 장이 안좋아 기운이 딸렸다.

거기다가 컴이랑 노느라 어깨도 뻐지근하여 

결국엔 잇몸은 레이져로 치료를 하고 어제는 침을 맞았다.

또 밥 먹기전에 먹으라는 염소똥같은 장약을 삼일치 지어 왔다.

공부안하는 녀석들에게 이런말을 한다.

"니 인생 니가 사는 거다.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은 도와주는 역할밖에 못 해."

어제는 설렁탕집에 가서 설렁탕을 시켜 국물이 한 숟갈도 남기지 않게 먹고 왔다.

오늘도 설렁탕집을 찾다가 추어탕이 눈에 띄어 들어갔다.

카운터에 앉은 주인은 몇 사람 더 달고 오는 줄 알고 몇 사람이냐고 꼭 묻는다.

"한그릇이요."

눈을 마주칠 사람이 없는지라 열심히 TV를 보며 보글보글 끓는 추어탕에 부추를 듬뿍 넣어

잠수시키고 들깨도 한 숟갈 푹 떠 넣는다.

산초가루도 조금 치고 깍두기도 두 세 번 베어 와작와작 씹어댄다.

형체가 없이 갈린 미꾸라지가 시래기와 함께 넘어간다.

'내년에 추어탕을 해 먹으려면 올 여름엔 마당에 무를 심어야겠군.'

산초의 그 자극적인 맛이 잇몸 곳곳으로 파고든다. 

뚝배기를 기울여 마지막 한 숟갈을 뜨고 나니

그동안 축났던 몸이 회복되는 것 같다.

'니 인생 니가 사는 거다. 혼자 사먹는 게 뭐 어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