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니 받거니
징글징글하게 내리는 일요일의 비는
그래도 부침개를 생각이 나게 한다.
호박을 얇게 채썰어 색깔을 낼 당근을 넣고 그리고 향 나라고 깻잎까지 넣어 부침개를 부쳤다.
윗집 할머니께도 드리려고 좀 넉넉하게.
할머니는 안 계셨고
마당에 나와 배추밭을 살피고 있는데
어디선가 부침개 타는 냄새가 난다.
이상타. 난 다 부쳐서 먹어버렸는데...
불에 올려 놓은 부침개가 있었나?
그건 아랫집에서 나는 냄새였다.
비오는 날, 우리 나라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부침개를 생각하나보다.
전에 대구에서 비가 오길래 부추전을 부치러 부추를 사러 시장에 나갔더니 동이 난 적이 있었다.
저녁때가 되어 자전거를 타고 돌아와보니 할머니니네 대추나무에 누가 올라가 대추를 털고 있었다.
우리집 담장 너머로 넘어 온 대추나무가 있으니 우리집 마당으로 떨어질텐데.
난 얼른 점심때 반죽해 놓았던 호박전을 두어장 부치고
어묵을 끓인 걸 데워 다시마를 잘게 썰어 고명처럼 얹어
쟁반에 받쳐 들고 나섰는데
윗집 할머니 함지박을 들고 대추를 주우러 오셨다.
뜨거울 때 잡수라고 쟁반을 드리고는 할머니네 대추를 대신 주워 드렸다.
잠시후 할머니는
냉동실에 넣고 밥에 넣어 먹으라고 깐 강낭콩을 한 봉지 쟁반에 담아 주셨다.
난 쟁반을 주방에 쟁반을 갖다 놓다가
며칠전 친구네서 주워온 알이 굵은 밤을 생각하고 한봉지 담아 드렸더니
밤은 주워 먹는다며 다시 갖다 두라고 하신다.
'알이 굵어서 밤 까기가 좋아요. 까서 밥에 넣어 드세요.'
몇번을 사양하시다가 받아 드신다.
그릇을 갖다 놓으러 주방에 갔을 때 대추 담아 준다고 그릇을 가져오라시길래
우리집 대추도 썩 잘 달린 건 아니지만
털어 말렸다가 겨울에 대추차 다려 먹어도 될 듯하여 빈손으로 나갔더니
할머니 기어코 비료를 담아 놓은 플라스틱 뚜껑을 열어
거기에 한 담아 주신다.
"대추 보고 안 먹으면 늙는댜."
할머니의 정성을 생각하며 못이기는 척 대추를 받아 들었다.
할머니도 쏠로다.ㅎㅎㅎ
그렇지만 할머니는 내가 쏠로인줄 모르신다.
오늘도 신랑이 안 오냐고 하길래 둘러 댔다.
이방에 회원 가입 안하고도 명예회원 그런 건 안 받는가 모르겠다.
윗집 할머니 쏠로와
아랫집 가짜 애엄마(할머니는 나를 그렇게 부르신다.) 쏠로끼리 주거니 받거니 잘 살아 봐야지.
24일 할머니와 함께 심은 알타리무가 요렇게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