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모녀, 목욕탕엘 가다

햇살가득한 2007. 10. 21. 20:42

2년전이었다.

직장에서 다른 시, 도의 전출 신청 기간에 나름 고민을 많이 했다.

목욕탕 온탕에서 내린 결론.

엄마랑 목욕탕이라도 같이 다니자.

그래서 엄마가 사는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했다.

그러나 2년이라는 세월이 다 가는 동안 며칠전 처음으로 목욕탕엘 같이 가게 됐다.  

엄마의 몸은 바스락거리는 낙엽 같았다.

약간의 중심을 못 잡아도 계단을 구를 듯 위태위태했고

바닥에 앉을 때는 낙엽과는 반대로

묵직한 돌덩이 내려놓듯 한 손으로 땅을 짚은 뒤 엉덩이를 털썩 내려놓아 

엄마의 몸무게를 무릎이 감당하기가 여간 버거워 보이는 게 아니었다. 

자전거 체인에 기름기가 없으면 기계와 체인이 마모되는 것처럼

엄마의 무릎은 이제 기름기가 없어져 뼈와 뼈가 맞닿아 마모되고

그 자리엔 통증이 자리한다.

어깨가 며칠전부터 뭉쳤다 싶었는데 스트레스로 더욱 굳어져

목욕탕에서 맛사지를 받았으면 싶었다.

엄마는 안 받는다고 하고

엄마 보는 앞에서 젊은 년이 몸을 내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엄마는 한약재를 넣은 온탕에 앉아

두꺼비가 토해내는 물줄기를 등에 맞는다.

나도 들어가 옆에 앉는다.

축 늘어진 엄마의 젖.

그 끄트머리에 매달리듯 붙어있는 젖꼭지.

막내 근성이 남아 있는 나는 엄마 젖을 당겼다. 

전에는 

"네 거나 만져라" 하시더니

이젠 그조차도 않고 움찔하기만 한다. 

내가 엄마한테 애정을 표현 하는 방법은 이런 식이다.

측면 공격이니

정면 공격이니 하면서

이따금씩 엄마의 젖을 공격하는데

엄마는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

엄마는 온탕에서 나오신다.

미끄러질까봐 조심스럽다.

엄마를 돌려 앉혀 놓고 등을 민다.

살살 밀었는데도

이런, 피가 난다.

엄마의 한쪽 팔을 쳐들고 겨드랑이도 밀고

팔도 밀고

손도 밀고...

손.

엄마의 손등은 

갈색으로 탄 뻣뻣한 빵껍질 같았다.

밀면 그 부분만 밀려나가는 게 아니고

두꺼운 살가죽은 더께처럼 같이 밀려 다닌다.

기억에는 없지만

나를 벗겨 놓고 때를 밀어줬을 엄마.

겨드랑이를 밀 때면 간지럽다고 팔을 내렸다가 야단을 맞았을 법도 한데

이젠 내가 엄마 등을 밀고 있다.

엄마는 바스락거리는 낙엽처럼 탄력 없는 몸을 내게 맡긴 채

그저 더위에 기진맥진 해 있었다.

내가 엄마한테 등을 돌려 앉았을 때

엄마는 때가 없다며 두어번 밀다가 말았는데

때가 없는게 아니고 엄마 손목에는 힘이 없었다. 

효도라는 것도 모르고

단지 엄마가 가고 나면 다시 볼 수 없을 텐데

아주 조금만 후회할만큼 같이 하는 시간이 많았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