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국화향기 때문에

햇살가득한 2007. 11. 3. 22:02

일주일만에 찾아오는 시골집.

토요일 오전 일을 끝내고 마치 연인을 만나러 가는 사람처럼 설레이기까지 합니다.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더니

그새 활짝 핀 흰색 국화꽃으로 마당이 온통 국화 향기 가득합니다.

묶어준 배추를 둘러 보고

솎아준 알타리 무도 잘 자라나 보고

대추를 한 바구니 안겨 주고는 잎을 다 떨군 대추나무에도 눈길을 한 번 주고

그리고 현관문을 열어 짐들을 들여 놓습니다.

음악을 크게 틀어 흥얼거리며 청소를 하고.

......

 

주름을 많이 넣은 여자 치마같은 오골거리는 상추를 뜯고

마른 멸치를 한옹큼 넣어 끓이다가 쥐눈이콩으로 담은 된장 한 숟갈을 떠서 넣었습니다.

화장을 지우려 수건을 뒤집어 쓴 채로 손전등 들고 마당을 나가

아직 알이 들지 않은 알타리 이파리를 한옹큼 뽑아서 국에 넣었습니다.

먹다 남은 삼겹살을 로즈마리 가루를 뿌려 굽고

여름에 식초와 간장에 절인 마늘을 꺼내고

곰취 장아찌를 꺼내 밥상을 차립니다.

상추 한 장에 삼겹살, 마늘, 강낭콩이 들어간 따뜻한 밥을 올리고 볼이 미어지도록 먹습니다.

 

지금 컴을 토닥거리고 있는 것은  

낮에 마당에서 꺾어온 국화향기가 코를 자극하기 때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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