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촌생활 흉내내기
햇살가득한
2007. 11. 18. 20:21
윗집 할머니네 김장하는 날이다.
마당 한가득 널려있는 숨이 죽은 배추를 본 탓도 있었지만
나도 동치미라는 걸 담그느라
점심때가 돼서야 고무장갑을 끼고 할머니네로 갔다.
딸, 아들, 손주...
일손이 부족할 것 같았는데 오히려 나는 생색만 내게 되었다.
속을 다 넣어 드리고
어딜 다녀왔더니
할머니 겉절이와 큰 무를 대여섯 개 주신다.
"조금만 주세요. 혼자 얼마나 먹으려구요."
했더니 할머니,
"뭔, 혼자여. 남편도 있으믄서."
이크, 이래서 거짓말은 못하고 사나보다.
가뜩이나 할머니는 나보고 자꾸
"애기엄마"
라고 하는데
이러다 정말 못가는 거 아녀?
아님 언제 들통날지 모르는 거짓말.
에라, 모르겠다.
할머니가 어제 무시래기 엮는 걸 어깨너머 얼핏 본지라
배추 묶던 짚을 가져다가 나도 흉내를 내 봤다.
그늘에서 잘 마르면 시래기국을 끓여도 먹고
시래기를 잔뜩 넣고 붕어찜을 해 먹어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