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자연의 순리에 어설픈 깡다구 쓰러지다
햇살가득한
2007. 11. 24. 12:22
동네 할머니들 배추 심을 때 도와주다가 얻어온 배추모종을 8월 24일에 심었네요.
다소 늦다고 생각했었는데 정작 일찍 심은 분들은 잦은 비에 다 썩어 버리고...
늦은게 좋을 때도 있군요.
벌레를 징그러워해서
꿈에까지 나타나기를 두 번.
구멍난 게 보이시죠?
주말에 두 번씩 긴 나무로 뒤적이며 잡아 줬더니
벌레가 조금 먹고
내가 좀 찢어 놓고
짚으로 묶어줬더니 안으로 안으로 속이 꽉 찼군요.
요놈들 배를 갈라 짠맛을 보여줬슴다. 낄낄낄
배추를 쓰러뜨려 쌓아 놓고 보니 엄두가 안 납니다.
큰 그릇도 없슴다.
그래서 10포기 정도만 하고는
언니네 주려고 덮어 뒀습니다.
그런데 배추를 절여 놓고 늦은 아침을 먹고 나가보니
윗집 할머니 지나가다 보셨는지
큰 다라이를 두 개나 담장 안으로 들여 놓고 가셨네요.
에고에고, 허리가 아파서 진짜 쓰러집니다.
어깨너머 배운 건 있어서 남들 하는 거 다 흉내 내봤슴다.
늙은 호박도 �아 으깨 넣고, 사과, 배 갈아 넣고...
혼자 속 넣다 보니
혼자 먹으려고 이 일을 한다면 다음엔 관둬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행히도 서울에서 두명의 친구가 와서 파를 다듬고 씻어 주고까지는 갔는데
전화 받고 급하게 가느라
수육 삶은 건 윗집 할머니랑 다 먹었네요.
김장도 처음,
아니 배추를 키워 본 것도 처음.
수육을 삶아 본 것도 처음.
처음치고는 나름 성공했다고 자부합니다.
호기심을 채워줄 다음 꺼리는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