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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자료 모음

햇살가득한 2008. 1. 30. 14:07

50만원으로 일본 여행가기 흘러가는 이야기

2008/01/10 15:52

http://blog.naver.com/nerin/10026112370

*이 방법은 돈 없고 시간은 많은 사람들에게 권합니다.

*엔화 환율 870원을 기준으로 합니다.

*글에 등장하는 가격들은 기억에 의존한 것이기 때문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5월, 일본 오사카, 교토, 도쿄를 다녀왔을 때 내가 쓴 경비는 약 100만 원이었다. 거기에서 디카를 산 돈과 여권 만든 비용 등을 빼고, 돌아올 때 1만 엔 넘게 남겨 왔으니 사실상 순수하게 여행을 위해 쓴 돈은 70만 원가량이다. 이런 이야기를 내 친구들에게 하니 대부분은 정말 고생 많았다는 말을 했고 몇몇은 신기하게 생각했으며 극소수가 자기도 그렇게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이번 2월 그런 친구들 몇몇을 모아서 일주일 일정으로 교토에 다녀올 생각이다.

 

 사실 요즘 여행사 상품을 보면 50만 원이 못되는 상품도 많다. 하지만 그런 여행상품이라도 기본적으로 공항세 등을 더하면 50만 원이 넘는 경우가 많고, 개인의 식비나 입장료 등을 제외한 가격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50만 원이 훨씬 넘는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말하는 50만 원은 식비와 입장료, 기념품 값까지 포함한 가격이다.


 어떻게 그 가격이 가능하냐고? 첫 번째로 나는 항공 대신 배편을 이용했다. 부산에서 오사카까지 가는 데 뱃삯은 고작 25만원(나처럼 학생 할인을 받으면 20만원)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배는 전날 오후 1시에 수속을 밟고 들어가면 다음날 10시가 넘어서 오사카에 도착한다. 2시간 남짓 걸린다는 비행기에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보통 비행기가 할인 항공권을 산다 해도 30만원 정도고 거기에 공항세니 유류세니 하는 것들을 덧붙이면 40만원 가까이 돈이 든다. 그에 비하면 배는 항구세도 저렴하다.(한국 2600원, 일본 600엔. 다만 3월부터 유류세를 추가로 받는다니, 여행 계획이 있다면 서둘러야 할 듯.) 나처럼 부산이 아니라 서울에 살아서 기차로 왕복 55400원이 추가로 더 들어가도 배가 비행기보다 최소 10만 원가량 더 싸다. 장점은 하나 더 있다. 만약 똑같이 오사카로 간다고 했을 때, 비행기가 칸사이 공항에 내리면 오사카 시내까지 꽤 멀고 그만큼 교통비가 많이 든다. 가장 싼 전철을 이용해도 890엔이다. 하지만 배로 가면 오사카 지하철역인 코스모스퀘어역과 바로 연결된다.(무료 버스가 역까지 데려다주고, 걸어서도 그다지 멀지 않다.) 지하철로 바로 난바나 우메다로 간다면 300엔 내외로 갈 수 있다.

 물론 시간이 많이 든다는 것을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직장인이나 바쁜 사람들에게 이 여행은 애초에 가능한 여행이 아니다. 하지만 나처럼 돈은 없고 시간은 많은 사람들에게는 배 여행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이렇게 해서 한국-일본 왕복 교통비가 기차비 55400원+뱃삯200000원+항구세7820원, 총 263220원이 된다.


 그럼 나머지 약 24만원으로 일본 내에 체류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돈을 절약할 곳은 숙소이다. 젊고 돈 없고 시간 많은 젊은이들이 호텔(비즈니스 호텔 포함)에 묵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는 1박에 2000~2800엔 정도 하는 유스호스텔 도미토리에 묵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이번에 묵는 교토의 도지안이라는 숙소는 도미토리 1박에 2000엔이고 근처에 대중목욕탕을 100엔에 이용할 수 있으니 실질적으로 1박에 2100엔이 드는 셈이다. 도미토리는 여럿이서 같이 자는 거라 싫을 수도 있지만, 나는 5월에 혼자 여행을 갔을 때 오히려 이 도미토리를 통해 친구를 만날 수 있어서 더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었다. 도지안의 경우 아침식사로 빵과 홍차, 삶은 달걀이 제공되고 저녁마다 공짜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이를 통해 아침식사비와 음주가무비(笑)를 아낄 수 있었다. 그렇게 4박을 머무르면 73080원에 일본 내의 잠자리와 아침식사, 술값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이제 163700원이 남는다. 엔화로 바꾸면 18800엔 정도다. 일단 식비를 계산해보자. 아침을 제외하고 하루에 2끼를 먹고 할 때 한 번은 맛있는 밥을 먹고 한 번은 싸구려 요시노야(하지만 난 이 요시노야가 일본에서 먹은 것 중에서 제일 맛있었던 것 같다.)를 먹는다고 했을 때 평균적으로 하루 1200엔이 든다. 일본 내에 머무는 기간이 5일이므로 6000엔이 식비로 지출된다. 식비를 아끼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겉만 번지르르한 가게에 들어가지 말 것. 진짜 맛있고 싼 집은 약간 후미진 곳에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바로 그곳이다. 줄 서서 기다리면서까지 밥을 먹느냐고 하는 사람도 종종 있는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래서 이 여행은 돈 없고 시간은 엄청 많은 사람들을 위한 계획이다. 좀 허름하더라도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집은 대체로 맛도 있고 가격도 적당하다.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인테리어 화려한 집치고 진짜 맛있는 집은 드문 것 같다. 요시노야같은 덮밥 전문점(사실은 덮밥 패스트푸트점에 가까움)의 경우, 400엔이 안 되는 가격에 밥과 고기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배가 늘 고팠던 나는 늘 오오모리(곱빼기)를 시켜서 먹었는데 그래도 380엔인가 했다.(당시 또 50엔 할인 행사기간이기도 했다.) 한 가지만 더 말하자면 숙소에 물어 주변 슈퍼마켓의 위치를 파악해 놓을 것. 저녁에 돌아오면서 슈퍼에 들르면 거의 반값에 할인하는 도시락을 건질 수도 있다. 혹시 그런 득템은 못하더라도 각종 먹을거리를 편의점보다 훨씬 싸게 살 수 있으니 슈퍼는 하루에 한 번 들러주는 편이 좋다.


 교통비는 오사카에서 800엔짜리 지하철 패스 2개를 사면 1600엔, 교토에 머무는 3일간 500엔 버스 패스를 사면 1500엔, 오사카와 교토 왕복에 1080엔(한큐 이용시 980엔)이 든다. 총 4180엔이다. 일본 내 교통비는 정말 만만치 않다. 음식만 해도 잘만 하면 한국에서보다 싸게 먹을 수도 있는데, 교통비는 절대 그럴 수가 없다. 패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JR 외에 다른 사철 등의 이용도 고려해본다면 조금 아낄 수도 있다. 물론, 사철이 더 비싼 경우도 많으니 사철 이용에는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임할 것.


 남은 8620엔으로 이제 교토의 여러 사적들의 입장료를 내면 된다. 내가 체험한 바, 부지런히 움직이면 하루에 4개까지 볼 수도 있지만 주로 2~3개 입장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3일간 총 7개의 사적에 입장하고 평균 500엔이라고 한다면 총 3500엔이 입장료로 사라진다.


 이제 정말 남은 돈은 비상금과 기념품비이다. 일본까지 왔는데 기념품 하나 안 사오면 주변 사람들에게 인심을 잃지 않겠는가. 관광도시 교토에는 100엔짜리 엽서나 책갈피도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전혀 100엔 티를 내지 않고 예쁘다는 장점이 있다. 화려한 일본 색종이나 와시(和紙, 일본종이)로 만든 기름종이도 300엔 정도면 살 수 있다. 저녁에 기온에서 니시키 시장 쪽으로 걸으면서 골목골목 가게들을 살펴보면 싸고 일본풍 가득한 기념품들을 만날 수가 있다. 어차피 기온은 저녁이 되서야 살아나는 거리이므로 그렇게 시간을 때우면서 기념품을 사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50만원에 일본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물론, 사실 50만원이라는 돈은 상징적인 돈이고 실제로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잡비로 더 많은 돈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금만 꼼꼼히 챙기고 정보를 찾아보면 생각보다 더 싸고 더 편하게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여행의 진짜 의미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말도 하고 싶다. 꼭 싸게 가는 것이 좋은 여행은 아니다. 때로는 과감하게 돈을 써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외치고 싶은 것은 무조건 싼 것이 좋은 것은 아니듯 마찬가지로 무조건 비싼 것도 좋은 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중요한 건, 이정도로 샅샅이 예산을 알아보는 그 과정 자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번에 동생이 대학 면접을 위해 일본으로 떠났는데, 같은 대학에 면접 보는 친구들이 전부 동생의 예산을 보곤 혀를 내둘렀단다. 내 동생도 위에 써놓은 예산과 거의 비슷하게 예산을 짜서 면접을 겸해 일주일간 여행을 다녀온다. 하지만 동생 친구들은 다들 호텔이니 비행기니 해서 편하고 비싸게 다녀온단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아이들이 조금 고생하더라도 좀 더 이 세상을 날것으로 느낄 수 있는 코스를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하여 약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스스로 여행 루트를 짜고, 좀 더 싼 숙소는 없을까 인터넷을 뒤지고, 그러면서 일본이라는 나라를, 한국이라는 나라를, 그리고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 여행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나 역시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나라는 인간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한 경험을 다른 사람들도 해 보았으면 하는 작은 소망으로 한 번 글을 써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