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짐을 싸다가

햇살가득한 2008. 2. 19. 23:42

발령장이 나면 짐을 싸야 한다. 

시간을 두고 쌓여가던 뽀얀 먼지처럼

어느새 정이 들어 버린 동료들과도 먼지를 털듯 인사를 하고 

서랍을 정리하며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빈 박스 여러개를 가져다 먼지를 털어 내고 차곡차곡 짐을 넣었다.

잘게 찢겨지는 아이들의 이름과 성적표, 또 신상에 관한 것들.......

그리고 잡다한 교육자료들. 

내가 다른 학교로 간다고 하자 아이들은 하교시간이 두어시간이나 지났는데도 내 주위에서 얼쩡거린다.

옆반 선생도 짐을 쌌다.

나와 옆반 선생은 4층을 오르내리는 수고를 덜고자 아이들에게 박스를 하나씩 안겨주며 차에 갖다 실으라고 했더니

옆반 아이들

"여기에 얼마 들었는데요?"

한다.

잘 받아치는 옆반 선생

"이거 다 수표야. 너희들 중간에 갖고 튀면 수표 추적해서 다 잡을 거야."

그 때는 그냥 흘려 버리고 말았다.

 

한 사람이 근무지를 옮긴다.

상자를 차에 싣는다.

아이들은 상자를 얼핏 돈이 든 상자로  떠올린다.

 

007 가방

사과상자

차떼기가 떠오른다.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되어가는 세상

교육은 교육자만의 몫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