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질경이
햇살가득한
2008. 4. 2. 22:34
예전에 몽골로 여행을 간적이 있었지요.
패키지 여행이 아니라 갔다 온 사람들 말 듣고 기차 타고 버스 타고 렌트카 타고...
물어 물어 찾아 갔는데
아주 촌 오지에 한국사람이 살고 있더란 말이지요.
그 한국인은 일제시대 때 핍박을 피해 그곳까지 흘러가게 되었다지요.
말을 아끼듯 토막토막 이어지는 궁핍하고 홀대받던 시절의 회상을
골 깊은 할아버지한테 들으며
난 길가에 납작이 엎드려 나는 질경이를 생각했습니다.
밟으면 밟을 수록
자기 몸을 낮추어 옆으로 퍼져가는 질경이를.
다음날 할아버지가 일러준 호수를 돌고 오려고 렌트카를 빌렸습니다.
구경을 다 하고 돌아 와서 돈을 주려고 하니
이 떼놈, 말이 달라집니다.
호수를 가기 전까지의 계약 금액이었는데 호수를 돌고 왔으니 더 달라고 하는 겁니다.
선심은 못 쓰지만 이렇게 당하는 건 또 못참는지라
할아버지네까지 가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더니
할아버지 한 만씀만 하십니다.
'드런 눔들'
다시 질경이 생각이 났습니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놈들에게 수십년간 알면서도 속으며 살아 오셨던 겁니다.
낮게 몸을 낮추고 생명력을 유지하는 질경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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