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놀기의 진수
새벽녘에 잠깐 깼다. 생각해 보니, 으흐흐, 오늘 일요일이다. 어제 걷는 까페 모임에서 남한강변을 끼고 몇 십키로를 걷고는 여기저기 결릴 줄 알았는데 뭐 멀쩡하다. 지레 겁먹고 좀 차를 타긴 했는데. 다음엔 좀 더 많이 걸어 봐야지. 눈을 비비며 마당으로 나선다. 아직 잠에서 덜 깬 식물들이 촉촉한 안개를 빨아 먹고 있다. 어제 사온 방울 토마토 2대, 토마토 2대, 곰취 모종 1개(이건 비싸서 한 개만. 잘 키워야지.), 대파 천 원어치, 그리고 한참을 기다려 공짜로 얻은 오이 모종 1개를 심었다. 흰 민들레다.
우리 나라 토종이라는 것과 어디 아픈데 약효가 있다해서 씨앗을 받는다. 내 의도를 알고는 녀석들 슬금슬금 날아가 버린다.
3월말에 심은 상추는 몇 잎씩 뜯어 먹는다. 밥을 먹고 청소.
생 우유를 먹으면 바로 화장실로 가서 프레인 요구르트를 만들어 먹을까 하는데 기계도 다른 데 있고 유산균을 배양해줄 요구르트가 없다. 사러 가자니 귀찮고 단백질은 산과 반응한다는데 실험정신이 강한 나, 감 식초를 넣었다. 보온효과를 내려고 PET병에 넣었는데 잘 되려나~~(결론은 실패 ㅠ.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비춰주는 햇살에 반응하고 싶어 이불도 널고
꼭꼭 닫아 둬 곰팡이가 꼈던 수저통도 일광욕.
발냄새를 피우고 세균을 만들어낸 신발 저 안쪽까지 햇빛아 비추어라.
그리고 세탁기를 돌리고 짬짬이 소나무 껍질 벗기기.
벗기는 건 일도 아닌데 소나무를 언제 모아서 언제 말려 언제 흙집을 짓는담.
에고 점심 먹어야지. 아침처럼 또 상추 비빔밤. 다른 놀이거리를 찾아 볼까나. 전에부터 눈여겨 봐 뒀던 찻잔 받침을 만들어야겠다.
찻잔 받침 때문에 사람들을 초대해야겠다.
모여 앉아 시시콜콜한 얘기 나누며 차를 마셔야지. 내 새끼를 바라 보는 심정이 이럴까? 흐뭇하다.
잔뜩 구부리고 재봉질 했더니 에구 허리야. 비가 오려는지 날이 흐리다. 낮에는 햇볕이 따가웠는데 잘 됐다. 자전거를 꺼내고 헬맷을 쓰고 장갑까지 끼었는데 이런, 운동화가 없다. 끈 있는 건 체인에 걸릴까 두렵고. 에라~~ 파란 고무신이닷. 위에서 부터 잘 갖췄는데 신발에서 웃음이 난다. 뭐, 그래도 다른 때는 끌고 올라가던 언덕길을 안 내리고 올라 간 게 어디야. 어르신들이 지나가시면 그냥 인사를 했다. 어두워질라 한다. 사실은 누가 지나가다 들른다고 했는데 감감무소식이다. 전화도 받지 않는다. 버스정거장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다시 들어와 바구니를 끼고 미나리를 뜯었다.
오늘 저녁은 미나리 비빔밤. 아침에 담근 김치가 간이 제대로 됐을라나. 간소한 밥상에 조용한 일상이 좋은 하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