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경이
햇살가득한
2008. 4. 22. 23:23
아침 6시가 조금 넘어 눈을 떠서
미처 밥을 먹을 사이도 없이 밥을 김에 돌돌 말아 통에 담고
횡단보도에 차가 걸리면 꺼내 먹으며 다니는 출근길.
이렇게 먼 거리를 출근 전쟁을 치루고
지갑에서 차곡차곡 꽂혀있던 5만원짜리 주유 영수증이 연달아 딸려 나올 때
난 고민한다.
집을 직장 가까운 곳으로 옮길까?
그 가까운 곳이란 매연과 소음과 사람들의 악다구니가 얽혀있는 곳이다.
그래도 꿋꿋하게 핸들을 잡으며 광주로 돌아오는 것은
이런 놈들이 나를 잡아 주기 때문이다.
3월에 심어 놓고 노심초사 싹이 나기만을 기다린
감나무. (터가 생기면 심을 나무 목록 1호에 해당하는 놈이었다.)
자두나무. 회초리처럼 가녀린 몸 어딘가에 나비의 날개같은 이파리를 숨겨뒀을까?
또 물에 담근 지 열흘이 넘도록 싹을 틔우지 않아서 한쪽도 손톱으로 갉아 줬더니 싹이 나오는 연꽃씨.
경이라는 표현이 이럴 때 적당할까?
엄지손톱만한 연꽃씨 속에서 흙탕물에서도 정결하게 피어나는 분홍빛 연꽃과
넓적한 잎으로 효재처럼 연잎밥을 쪄 봐야지 하는 기대가 담겨 있다.
(어제 저녁에 발견한 싹)
(오늘 저녁에 관찰한 싹)
봄밤 소쩍다고 울어주는 소쩍새와
간간히 들리는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와
새벽에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함초롬히 이슬을 맞고 서 있는 식물들을 보면서
감히
이것들과 아침의 전쟁과 얇아지는 지갑을 맞바꿔도
얻는 게 더 많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