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가득한 2008. 4. 23. 21:19

 

퇴근길에 단감나무를 하나 사서 담장 밑에 심었다.

어라, 지금 생각하니 물을 안 줬다. 낼 아침에 줘야지.

우후죽순은 내가 본 바는 아니고 우후풀순이라고 해야할 정도로

간밤에 내린 비로 풀들이 쑥 커버렸다.

풀을 뽑다 보니

얼라, 이게 뭐야.

호박싹이 소복히 올라 왔다.

그저께 바로 옆에서 매화 나무를 심을 때도 보지 못한 건데.

이럴때 횡재라는 말이 딱 제격이다.

음식물 쓰레기는 청소차에 실려 보낼 것이 아니라

웅덩이를 파고 묻어서 거름으로 다른 생명을 거들어야 제 몫을 다한다고 믿는 나.

씨에서 싹이 나올만큼 잘 익은 호박이 한 덩어리 있긴 했었다.

그걸로 호박죽을 쑤어 먹고는 껍데기를 웅덩이에 버렸는데

녀석들, 때는 알아가지고 슬금슬금 기어 나온 거다.

물론 난 애써 기억을 더듬어서야 호박 한 덩어리가 있다는 걸 떠올렸고 

씨앗까지 던져 뒀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애써 연관을 짓는다면

내게 푼 돈 갚을 것 있는 모씨.

까이꺼 안 받으면 어떠랴.

호박 씨앗을 가지러 성남으로 가야 했는데

그 차비를 땅이 대신 갚아 주었다고 생각하였다. 

내가 베푼 선행이 꼭 그 사람으로부터 되돌아오지는 않지만

제 삼자를 통하여 나에게 전해지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