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소유한 무게만큼 마음의 짐도 더 지게 된다 1

햇살가득한 2008. 5. 17. 21:21
 
  • 글쓴이: 김삿갓
  • 조회수 : 44
  • 02.03.17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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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장만한 자전거를 시험할겸 시내로 타고 나갔다.
여기서 먼저 내 고물 자전거에 대하여 언급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자여 대경방에 자주 들르시는 분은 읽었겠지만
내 고물 자전거는 동네에서 주워 손봐서 4년이나 탄 자전거이다.
브레이크를 잡으면 3미터나 미끄러져 멈추길래 자전거 수리점엘 갔다. 갈아 달라고 해도 그냥 타라며 갈아 주지 않던 자전거이다.
거기다가 헬맷을 보여달랬더니 이런 고물에 웬 헬맷인가 싶어 2만원짜리 를 보여준다.
앞바퀴의 동그란 테는 찌그러졌는지 브레이크에 닿아 한 바퀴 돌 때마다 가릉가릉 앓는 소리를 해댔고
왼쪽의 기어는 떨어져 그 줄을 몸체에 묶어 놓았다.
이렇게 볼품없는지라 자전거를 세워 놓을 때는 그저 제 몸만한 공간만 있으면 아무렇게나 세워두고 일을 보곤 했다.
건물 관계자가 몇 번 다른 장소로 이동 시켜 놨을 때도 애가 타기보다는 드디어 내 손을 떠나는구나 하는 제법 도인같은 마음마저 갖게 했던 자전거다.
그런데 어제 산 자전거만해도 열쇠가 없다는 핑계로 거실에 들여 놓고 잤다.
어제밤 자전거를 더 살펴봤다가는 방에 들여놓고 잤을 지도 모를 일이다.
새 자전거는 역시 잘 나간다.
심지어 평지는 밟지 않아도 굴러간다.
높은 언덕길은 아니었지만 서구청까지의 몇 번의 언덕을 끌고 가지 않아도 되었다.
해인사 때가 떠올랐다.
그 땐 힘들었던 게 너무나 당연하다.
서구청 쪽에서 일을 보느라 밖에 세워뒀는데 마음이 그리로 가 있어서 일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고물자전거와 대조가 된다.
고물자전거는 육체가 힘든 대신 마음은 가벼웠는데 새 자전거는 그 반대다.
일을 보고 동아쇼핑에 들러야 하건만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내 것이라는, 아무도 손 대면 안 된다는 표시의 열쇠를 채워 놔야 하는데 그게 없는 거다.
"거지성자"처럼 입은 옷과 바늘과 실 그리고 작은 손수레가 전부인 사람.
먹고 입고 자는 것을 소유하지 않는 그는 그러나 완벽한 무소유자는 못되는 것 같다.
그의 머리는 많은 지식으로 가득차 있었으므로.
아니면 물건에 대한 욕심을 버렸기 때문에 그만큼 정신적인 것을 취하며 사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524번 버스에서 내뿜은 독한 방귀를 마셔가며 생각한다.
또한 더이상의 소유로 인하여 마음의 공간을 좁혀가지 않을 것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