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북경에서 자전거를 타 보고...

햇살가득한 2008. 5. 17. 21:59
북경에서 자전거를 타 보고...
  • 글쓴이: 김삿갓
  • 조회수 : 26
  • 02.10.07 02:05
구웨이가 자전거를 잃어 버린 곳은
아침 저녁으로 징과 요란한 쇠소리를 울려가며 춤을 추는 곳의 앞 자전거 주차대이다.
중국 사람들은 모여 춤추기를 좋아하고 늘 정해진 시간에 소리를 울려대는지라
내 살던 아파트에서는 더 이상 늦잠을 잘 수 없었고
저녁엔 그 소리를 듣고 잊고 있었던 밥이 생각나기도 하였다.

북경 자전거를 찍은 것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6년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 때는 자전거 주차료를 받는 사람이 있어서 구웨이처럼 잃어 버릴 염려가 없었을텐데.
그렇다면 북경 자전거라는 영화도 탄생되지 않았을테고.

내가 북경에 가서 얼마 안 된 때였다.
자전거를 끌고 수퍼마켓 주차대에 세워두고 일을 보고 나오는데
주차료를 내라는 것이었다.
뭔 자전거를 주차료를 받느냐며,
외국인이니까 뒤집어 씌운다며 역시 떼놈은 떼놈이라며 한국말로 큰소리를 치고 끌고 왔다.

그리고 얼마 후
원명원이라는 공원에 3명이서 자전거를 타고 가서 밖에 세워 놓았다.
구경을 다 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한국차-아마도 소나타였던거 같다.-를 보고는 향수병이 도저서 무작정 소나타를 따라 나섰다.
코끝이 찡하며 눈물도 날 뻔 하면서.
한참을 달리다 보니 2명이 안 보이는 거다.
원명원까지 되짚어 가 보니 자전거 주차료를 내지 않아서 잡혀 있는 중이었다.
비상금을 내가 다 갖고 있었던 거였다.
그제서야 난 주차료 낸다는 것과 기아가 달린 자전거는 두 배를 낸다는 걸 알았다.

중국에 자전거가 많은 이유가 있다.
특히 북경은 그 넓은 도시가 평지로 되어 있고,
직장 주변에 집이 배정되어서 자전거를 타고 출 퇴근, 통학이 가능하게 했다.
또 점심시간도 두 시간이어서 �기지 않고 밥을 먹고 올 수가 있었다.

북경의 여자들은 타이트 스커트를 잘 안 입는다.
나풀나풀한 후레어 스커트를 입고 자전거를 탈 때는 핸들을 잡은 손에 한 자락 씩 잡고 탄다.
앞에서 보면 속이 보일 수도 있겠으나 굳이 들여다 보려고 하지 않는다.
유교가 중국에서 들어 왔다고 하지만 중국 사람들은 자기의 감정 표현을 솔직히 할 줄 안다.
공원에 가 보면 영화 찍는 장면을 생생하게 구경하는 적도 있다.

북경의 연인들은 자전거를 탈 때 서로 손을 잡고 탄다.
이것은 우리 학교 도서관에서 커플이 왼손을 서로 잡고 불편하게 공부를 하는 것과 같은 이치겠지.

중국 사람들은 나사를 꽉 조이지 않는다.
꼭 들어 맞기보다 약간 넉넉한 것을 추구한다는 여유로움이라고 들었는데
옷도 아니고 기계를 꽉 조이지 않는 건 지금도 이해 안 가는 부분이다.
얻은 내 자전거도 덜덜덜 소리가 나서 봤더니 나사가 헐거워져 있거나 빠져 있었다.

구웨이가 자전거를 잃어 버린것 처럼
중국에는 자전거 도둑이 꽤 많다.
도둑이라기 보다 잠시 자리바꿈으로 생각하는 정도니까.
내 아는 애는 기아가 달린 비싼 자전거를 사서 안장을 칼로 찢고 먼지를 잔뜩 묻혀 타던 걸 기억한다.

몽골엘 갔었다.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
지금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상상을 한다.
한지에 먹물이 번지듯 꺼멓게 먹구름이 번져가며 수많은 별들을 덮던 걸 기억한다.

이 모든 일들은 6년전 변신을 꾀하고자 날아갔던 때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