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Out of Africa
스무 살이었거나 스물 한 살이었거나 둘 중의 하나였던 것 같다.
추석즈음 월급을 타서 순희와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봤었다.
이 주 전쯤에도 아웃오브 아프리카들 떠올렸었다.
내가 파마 머리를 하면서 머리만 만지면 조는 통에 그 영화가 생각났다.
오늘 그 영화를 할 줄이야. (EBS영화는 너무 늦은 시간에 하는게 좀 불만이다. 10시에만 해도 좋을텐데.)
데니오(?)가 타냐(?)의 긴 머리를 감겨 줄 때 비눗물이 골을 타고 바위위로 흘러가던 모습.
(EBS 프로그램 편성상 그랬는지 중요한 부분을 많이 잘랐다. 비눗물이 흘러가다가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다.)
둘이서 비행기를 타고 갈 때 케냐의 야생 동물이 흩어지던 광경.
반짝반짝 물결무늬같던 홍학떼가 무리지어 날갯짓을 하던 광경.
이후 여배우(메릴스트립)가 "메디슨카운티의 다리" 영화를 찍었다는 것.
이렇듯 이십대의 아웃오브 아프리카에 대한 기억은 멋진 광경만이 남은게 전부다.
그로부터 20년이 더 흘러 40대가 된 지금.
사랑받지 못한 한 여자의 인생이 다가온다.
연인과 연인의 남동생을 친구로 뒀지만 정작 결혼은 그 남동생과 결혼하고.
아프리카로 왔지만 남편은 사냥과 다른 여자를 사귀며 타냐를 외롭게 만든다.
부인 타냐는 매독까지 걸리고.
그의 연인 데니오는 사랑에 속박되고 싶어하지 않는 남자다.
(이것도 이 나이가 되니 보이는군.)
타냐는 데니오에게 싫다고 할테니 청혼해 달라고 할 정도로 남자로부터 사랑받고 싶어하고 외로워한다.
타냐는 명사수에 씩씩하고, 가난한 사람을 위할 줄도 알고 커피농장을 하면서 여장부역할에 사리분별있는 여자다.
남자들은 정말 모자라더라도 보호해주고 싶고 반 푼수같더라도 좀 백치미있는 여자들을 좋아하는걸까?
타냐가 외로움에 연연해하지 않고 아프리카를 떠날 결심을 굳혔을 때
비로소 혼자 있는 것이 싫다고 느낀 데니오.
타냐에게는 데니오의 죽음으로 더 완벽한 고독을 느끼게 되고 그것을 소설책을 쓰는 것으로 승화(?)한다.
내 잘난맛에 살고 있고,
인생의 반을 알아 버린 이 여자(나)는
또 20년 후에 아웃오브 아프리카를 다시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