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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 추억

햇살가득한 2010. 12. 27. 13:56

크리스마스 저녁 때, 조카가 애들 둘을 데리고 도심속 섬에 놀러 왔다.

여섯살이 된 손주 조카 녀석의 장갑도 끼지 않은 빨간 손에 "버즈라이트이어"가 들려 있었다.

나는 대뜸 

"와, 이거 산타 할아버지한테 선물 받은 거구나."

했다.

이모할머니는 만능이라고 생각하는 녀석은 이번에도 그것까지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이다.

여기서부터 짜고치는 고스돕이 난무한다.

아이는 자기가 싼타한테 선물 받은 것이 너무나 신기하다는 듯 자꾸 되묻는다.

"엄마가 일어나서 불을 켜 보니까 선물이 있더라구."

"그럼. 엄마도 산타 할아버지 못 봤겠네?"

"못봤지."

이쯤에서 아빠도 거든다.

"아빠는 빨간 뭔가가 휙 지나가는 것 같긴 했어."

아쉽다는 표정까지 그럴싸하게 띈다. 

나도 한 마디 거든다.

"히야, 윤하가 동생과 잘 노니까 선물도 받는구나. 역시 산타는 우리가 뭘 하는지도 다 알고 있다니깐."

 

비슷한 나이대의 여자조카(지금은 서른이 넘은)

단독가구에 살고 있을 때다.

애들을 참 좋아해서 시장에 다닐 때도 데리고 다녀서 고등학교때부터 아줌마 소리를 듣던 나는

멀리 있는 조카들을 데리고 왔는데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자 자꾸 자기네 집엘 간다고 했다. 

이미 저녁이 되었고 데려다 주려니 귀찮아서 자꾸 꼬시는데

"내가 할머니네 집에 와 있는 거 산타할아버지는 모른단말야."

하는 거다. 

언니와 나는 눈짓을 주고 받았다. 

은근 슬쩍 무슨 선물 받고 싶은지 물어 본 뒤에 밤이 좀 더 되길 기다렸다. 

언니와 둘이서 조카 아이가 원하는 물건들을 골라 집에 돌아 왔더니 

이녀석. 

그 추운데 창문도 한뼘 정도 열어 놓고 

온갖 양말을 꺼내 문고리란 문고리, 서랍장 손잡이 등에다 죄다 걸어 놓고 자고 있었다. 

우리는 수첩과 사탕 등을 양말에 넣어 뒀다. 

다음날, 조카 아이는 제일 먼저 일어났다.

그 기뻐하는 모습이란...

창문은 왜 열어 놨냐니깐,

싼타 할아버지 들어 오라고 열어 놨다나...

 

큰언니와 나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데다 시집을 일찍 간 언니는 

뒤뚱거리는 첫 조카를 데리고 시골집엘 왔고

초등학교 다니던 나는 토요일이면 시집간 언니가 조카를 데리고 올 것만 같아서 

정류장에서 내내 놀면서 어둑어둑해져야 집으로 돌아갔다.

먼지를 뿌옇게 일으키며 멀어져 가는 버스를 미워하면서.  

그 조카는 두 녀석의 엄마가 되었고

난 여전히 그 애들이 보고 싶어서 주말에는 갈등을 하곤 한다. 

애들을 보러 갈까 말까.  

 

문 열어 놓고 자던 여자 조카 아이는

올 크리스마스에는 뭘 하면서 보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