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가득한 2011. 3. 20. 10:25

  춘곤증이란 겨울에 움츠려 있던 신체가 봄이 되어 풀리면서 미처 적응하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으로 졸리움, 식욕감퇴, 눈의 피로 등을 불러 온단다. 내게는 식욕감퇴가 아니라 주최할 수 없는 식용 증진으로 몸무게의 묵직한 불편함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이 춘곤증은 나를 병든닭처럼 만드는데, 일을 하고 있을 때는 모른다. 퇴근 후 버스에 타면 (기껏 20분) 10분은 조용히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눈을 감으면 그 때부터 졸음이 쏟아진다. 고개가 떨어지는 것도 느끼고 다음 정거장을 알리는 소리도 간간히 듣곤 하는데 내가 내려야 할 정거장에 도착하면 눈이 떠진다. 문제는 눈을 뜨고 싶지 않다는 거다. 10분동안의 꿀잠에 이대로 버스 종점까지 버스에 흔들려 갔다가 다시 되돌아 올까 하는 갈등도 잠깐 한다.   버스에서 카드를 찍고 계단을 내려서면서도 덜깬 잠에 아쉬워 한다. 

  어제도 아는 사람 병문안을 갔었는데 핏기 없는 얼굴을 보면서도 피곤이 몰려와 간이침대에 새우잠을 청했다. 얼마 안 가 온다고 하니 서운해 하면서 더 붙잡는데 나는 얼른 집에 가서 좀 쉬고 싶었다.

  거슬러 보니 올해 뿐만이 아니었다. 새싹이 파릇하게 돋기 시작하는 요즘쯤이면 마치 통과의례처럼 춘곤증에 피곤함을 겪고 지나갔었다.

  "춘곤증"

  봄나물이 그 처방이란다. 냉이, 달래, 쑥, 취나물. 뭘 캐기에는 차를 타고 나가야 하니 집에 뭐가 없을까? 생각해 보니 재작년에 담궈놨던 쑥 효소가 있다.

한 잔 쭉 마셔봐야지.   

 

황사를 동반한 봄비가 내리는데,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말처럼 일주일 일했으니 드라이브삼아 냉이나 캐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