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볶고

주꾸미 단호박 찜

햇살가득한 2011. 3. 30. 22:15

 

  요즘  식욕이 장난이 아니다.

  애가 설라나? ㅋㅋㅋ

  나만 그런게 아니란다.

  살 찔까봐 일부러 피한다는 빵을 하염없이 먹고 있다는 박아무개씨

  단 것을 자꾸 찾는다는 배아무개씨.

  아, 그러고 보니 올 봄부터 폭식하고 있는 나.

  빵의 유통기한이 긴 것을 보고 외면했던 빵집도 요즘 종종 들른다. 

  별 볼일 없는데 애가 설 일도 없고

  천고마비의 계절도 아닌 식욕이 없다는 봄.

  박아무개와 배아무개, 거기에 나와의 공통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스트레스!  

  지엽적인 것을 연연해 하기에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마는 윗분은 

  오늘도 사소한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어제도 저녁을 넉넉하게 먹고 비스듬히 기대 앉았는데 

  저녁때에 맞춰 경쟁하듯 달려 나오는 요리 프로들. 

  어제 저녁 주제는 '주꾸미'였다.

  이론 교육이 끝나면 바로 실습에 들어가야 학습 효과가 높은 법.

  하여 오늘 주꾸미 단호박 찜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물가는 왜 그리 비싼 것이여. 

  주꾸미 한 마리에 4천원이다. 전에는 10마리 철사에 꿰어 놓고 5천원 하더니...

  두 마리를 달았다가 한 마리를 덜어 냈다. 

  속이 텅 빈 파프리카도 2개에 4천원이다.

  이것도 들었다 놨다 하다가 색깔 대비를 위하여 빨강, 초록색을 집어 들었다. 

  이래서 시골로 가야 한다니까. 

  애정을 들여 직접 키운 값싸고 싱싱한 먹거리로 상을 차려야지.    

  

  단호박은 뉴질랜드산이다. 별로 맘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

  속을 파내고 속에 꿀을 발라 찜통에 10분간 쪘다. 

 

 

 

 기름을 두른 후라이팬에 마늘을 넣고 볶다가

 양파, 당근, 피망, 죽순, 주꾸미, 굴을 넣어 볶았다.

 양념은 고추장에 멸치액젓, 토마토소스 약간.

 홍합이 없어서 대신 전에 얼려 둔 굴을 넣기로 했다.

 모두 볶은 뒤 쪄낸 단호박에 넣었다. 제법 많이 들어 간다.  

 

 

 

  위에 치즈가루를 뿌렸다.

  오븐에 넣으면 치즈가 흘러내리며 노릇하게 구워져 더 맛날텐데

  없으니 토스터기에 넣어 봤다.

  당연히 뚜껑 조차도 안 닫긴다. 

 

 

 

  전자렌지에 넣고 5분을 돌렸다.

  치즈가 코 빠진 것처럼 희멀건 하다. 내 집이 생기면 오븐을 하나 사야겠다. 

 

 

 

   TV에서 본 것처럼 칼로 잘라 냈다.

    뭐 분위기는 그럴싸 했다.

    맛은?

    TV에서는 온갖 미사여구를 다 붙여서 맛을 얘기하더만

    작은 접시에 덜어서 금세 두 쪽이나 먹는 언니와 엄마를 보니 실패한 것 같지는 않다.  

    담에 할 때는 녹말가루를 약간 섞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