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파고
차 거름망
햇살가득한
2011. 12. 17. 22:14
다회에 갔다가 -모임에 온 사람이 주인장과 나 단 둘뿐- 주인장이 권해 주는 차를 3시간 반 마시다 보니 새벽 4시가 넘도록 잠이 안 온 적이 있었다.
무이암차니, 무슨무슨 차니 15년 된 것이니 하면서 우려 줘도 차 이름은 금방 잊어 버렸지만 차 맛과 향은 입안에 오래 머물렀다.
맘에 드는 하얀 다호가 있어서 주전자에 물을 올리고 잎을 넣고 하는 동작들조차 즐겨 하고 있는데
차 거름망이 없어서 하나 만들기로 했다.
막걸리 떠 먹는 국자로 쓰려고 남겨 두었던 표주박을 하나 남겨두고 구멍을 뚫었다.
빈 공간에 칼을 넣으면 깨질 것 같아 수건을 말아 넣고 칼 힘을 받도록 했다.
핀으로 바늘 구멍을 내 주고
모시 쪼가리를 잘라 안으로 접어 넣으며 꿰맸다.
실밥이 풀리면 안 되므로. (바느질 잘 한다고 스스로 흐뭇해 하는 나.)
일을 하기 전 목을 풀려고 마시는 차.
거름망에 거르는 한 가지 동작이 더해지지만
차를 마시며 마음도 한 번 걸러서 입밖으로 내 뱉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