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둥지

항아리 구하기

햇살가득한 2012. 1. 13. 00:52

요즘 겨울이라 나도 집에 있고 엄마도 집에 있어서  엄마 친구들이 종종 오신다.

엄마는 주로 거실에서 얘길 나누시고

난 인사를 한 뒤 과일을 한 접시 깎아 내고 문을 닫고 내 방에서 책을 보거나 컴터를 한다.

그러다가 귀가 쫑긋한 말이 들려왔는데

그 전에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모르고 오로지

"항아리!"

주신다는 소리가 들린다. 

읽던 책의 글자들은 날라가고 귀가 거실쪽으로 쭉 늘어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엄마는 오늘은 추우니까 내일 나간김에 갖고 오겠다고 했다.

아주머니의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기회가 왔을 때는 빨리 잡는 법.

방문을 열고 나가 엄마를 재촉했다.

"얘가 항아리를 그렇게 좋아해서."

엄마는 결국엔 아주머니를 따라 나섰고 얼마 후 추워서 헉헉대며 항아리를 하나 들고 오셨다.

큰 걸 준다는 걸 장이나 담겠다고 작은 걸 가져 오셨댄다.

아니 그럼 큰 것도 있다는 얘기?

그럼 그것도 달래 보자며 엄마를 부추겼는데

전화를 해 본 엄마와 결국엔 슬리퍼 끌며 항아리를 가지러 갔다.

올 매실을 담았던 항아리라고 했다.

엄마는 뚜껑을 들고 오고

난 추워서 한 손으로 항아리를 덥썩 들고는 추위에 휭하니 집으로 왔다.

큰언니는 나보고 된장장사를 하려나보다고 한다.

된장장사 좋지. 촌에 살면 항아리에 각종 효소를 담아서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 한 잔씩 타서 주는 것도 좋을 거고. 남의 집에 갈 때 정성껏 담은 효소 한 병 들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광주 집을 팔면서 항아리를 하품리 아저씨네 맡겨 두었다. 

강릉 빈 집에서 주워온 밑이 불안정하여 고여 놓아야 하는 작고 뚱뚱한 항아리는 해마다 매실을 품고 있고

깨졌지만 소금을 한 자루 사서 넣어두면 밑으로 간수가 빠지는 깨진 항아리,

엄마 친구네서 얻은 키 큰 항아리 2개,

또다른 엄마친구네서 된장째 산 항아리 등은 하품리에 있다.

난 항아리를 보면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