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의 소소한 일상 2
내 블로그에 들어왔던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따라가서 아직껏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 "목마와 숙녀"를 몇 번 반복해 들으며 내일 출근할 셔츠를 다리고 바지를 다렸다. 내일부터는 학부모 상담주간이다. 알아서 잘 하는데 늘 자리를 깔아 놓고 그 위에서 놀라고 한다. 어쨌든 이 반복되는 축 쳐지는 음악 때문에 기껏 다림질 하는 게 고작이었다. 굳이 한 가지 더 했다면 "심상대" 작가 선생님께 편지 한 장을 썼다는 거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는 어찌 그리 고독이 뚝뚝 묻어 나는 지, 나는 이 대목이 참 맘에 든다. "술은 내가 마시는 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어쩜 그리 감정이입이 잘 되었는지. 마른 오징어를 씹고 씹으면 고소한 맛이 나오듯 그리운 바다 성산포는 자꾸 되뇌일수록 고독속으로 침잠해 들어간다. 작가는 고독은 사람이 뱉고 바다가 그 고독을 삼킨다고 하니, 어쩌면 바다의 그 푸른 색깔은 고독한 사람들이 멍든 가슴을 쥐어 짜낸 퍼런 물일지도 모르겠다.
전에 영양 두들마을 갔을 때 내게 자꾸 사생활을 물어 오던 벙거지 모자를 쓰고 구석에 앉아 있던 사람이었다. 글을 씁네 하고 문학 언저리를 배회하고 있는 사람일 거라 생각했었다.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읽은 작품은 아니었지만 많이 들어본 소설가 이름이었다.
사람의 선입견은 그냥 선입견일 수 있는데 소설가라는 이름 석자를 듣지 않았다면 그냥 남의 일에 간섭하기 좋아하는 사람 정도로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을 거다. 이미 거의 꺼져버리다시피한 내 문학에 대한 생각에 바람을 불어 넣었다. 바람이 들어 일으켜 지지는 않았지만,-그만큼 많이 꺼졌다는 증거- 그분이 집필을 위해 두 달을 두들마을에 머물 거라고 했었고 아직 시작은 안 했지만 시작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을 보았다. 청소와 빨래를 두 번씩이나 했다고 했고 그리고 밤에 두고두고 마실 물을 한 병 담아 가는 것을 보았다.
대여섯 시간 운전으로 피곤하여 초저녁인데도 불구하고 목소리마저 갈라지는데 보이차를 마시니 침침해던 눈도 맑아지고 피곤도 가시고 목소리도 청아해졌다. 그래서 생각이 맑지 않을 때, 문맥이 막혀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 마시라고 차를 조금 보낼 생각이다. 해담이네 차가 좋았는데 내 차도 피곤까지 몰아 낼 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차라고 해 줘야지. 그렇게 믿으면 진짜 그렇게 될테니까.
보온병, 가스 버너, 코펠도 함께 보내려고 쌌다가 우릴 다구와 찻잔 한 개, 차 몇 종류만 보내야겠다.
맥주병 한 병 옆에 놓고 밤을 새워 글을 쓰다가 희뿌옇게 아침을 맞던 그 기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