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독서+영화

책-100원의 여행

햇살가득한 2012. 4. 15. 00:02

 

 

  글:  양미진

  

  다음주에 학부모 공개 수업이 있어서 뭘 할까 하다가 학부모들은 자기 아이 수업하는 거에만 관심을 둔다는 얘길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많이 발표시킬까 궁리하다가 독후활동으로 독서퀴즈와 책갈피 만들기 수업을 하기로 했다. 독서퀴즈를 풀려면 책을 읽어야 하고(평상시 책읽기를 강조하니 안 읽으면 아이 스스로 숙제를 안 해 왔다는 것이 들통날테고.) 그것도 내용을 꿰뚫고 있게 정독으로 말이다. 그런데 문제를 내는 내게도 또한 숙제가 되는 일. 

  학교 도서관에서 '100원의 여행'이라는 책 제목을 보고는 적잖이 놀랐다. 내 글을 누군가에게 흘린(?) 것 같은 생각이 드는거다. 왜냐면 나도 오래전에 '10원짜리 동전의 여행'이라는 동화를 50장 가량 썼었으니까. 그 동화를 어디 발표한 적도 없이 나 혼자 갖고 있었을텐데. 

  어쨌든 책을 후루룩 넘겨보니 내가 썼던 주제, 스토리가 거의 비슷할 것 같았다. 작가는 생소하다만. 이 글 쓰며 근 20년 전에 썼었을 동화 '10원짜리 동전의 여행'을 찾아보니 내문서함에 다소곳이 들어 앉아 있다. 플로피 디스켓을 노트북 외장으로 꽂고 다닐 때부터 컴퓨터를 바꾸는 동안 저장해 두곤 했던 읽어보지도 않고 케케 묵은 그 오래된 동화.

 

  책 '100원의 여행'은 한마디로 산만했다. 100원짜리의 독백이나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상황설정(군더더기) 등을 너무 많이 늘어 놓기에 정작 알맹이가 묻혀서 산만하기만했지 손에 잡히는 스토리가 없었다. 거기다가 읽고 느끼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두지 않고 작가가 개입하여 훈계조로 콕 집어서 "이거" 하듯 말하고 있다. 

  작년 3학년 필독서에서 고른 건데 시간이 많았다면 이런 책 필독서로 넣지 않게 했어야 하는데. 그리고 나 또한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 줬었다면 다른 책으로 대치했었을 것이다. 

  얼마전 영양 두들마을에 갔다가 소설가 심상대 선생이 한 말이 생각난다. "동화를 쓰고 싶은데 안 쓰는 것은 동화작가를 존경하지 않아서." 라는 말. 선생 말이 맞았다. 그런 시건방이 나를 글을 안쓰게 만드는 거다. 작품에 단점들만 찾으려 들어서. 이 글 다 쓰고 내가 예전에 썼던 '10원짜리 동전의 여행'을 읽어봐야겠다. 나는 얼마나 잘썼나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