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가득한 2012. 8. 12. 23:38

텃밭을 빌려 주면서 주인장이 한 말이 있었다.

자주 밭에 와서 풀을 매라고.

사실 말이 텃밭이지 40키로를 달려가야 하는 먼 곳이라 시간내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전에 김을 매려고 큰 마음을 먹었더니 햇빛이 너무 따가웠고

오늘은 바람을 쐴겸 비가 좀 가늘어지면 김을 매야겠다며 차를 몰았다.

주인장은 내게 "경고"를 날렸다.

풀이 어찌나 많은지 보는 사람들 마다 한 마디씩 한다고 했다.

도라지 밭을 두 번 매 주었는데 재작년에 심은 도라지 꽃이 피어있으니 망정이지

도라지밭인지 풀밭인지 구분이 안 된다.

그나마 고구마 밭은 고구마가 풀을 이기고 있었고

두 번 매준 땅콩도 이제 풀을 이기고 자기들끼리 잘 살고 있었다.

비가 거의 오지 않는 틈을 타서 도라지 밭을 잠깐 맸고

소복히 나오는 손가락만한 도라지는 파서 다른 곳으로 옮겨 심었다.

조만간 다시 한 번 더 가서 마저 풀을 매고 도라지 모종을 옮겨 심고

고구마 밭과 땅콩 밭도 좀 매줘야겠다.

지금 상태로라면 가을에는 땅콩과 고구마, 도라지를 꽤 캘 것 같다.

더위와 싸우고 풀과 싸우는 도라지, 땅콩, 고구마.

이제는 단비가 내리니 쪽쪽 빨아먹고 살 찌우는 일만 남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