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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아이

햇살가득한 2012. 9. 3. 18:12

그 아이는 체육 시간에 달리기가 남보다 월등히 늦었고 넘어지기도 잘 했다.

줄넘기를 할 때도 10번을 넘기지 못했다.

학부모와 상담을 하면서 병원에 가서 검사를 좀 해 보라 했다.

그리고 여름방학을 끝내고 개학을 맞아 상담 주간이 되었다.

엄마가 전화를 걸어왔다.

여름방학이 되면서 검사를 받아 봤는데 결론은 유전자 변이에 의해서 단백질이 부족하여 근육이 제 기능을 못하는 희귀한 병이라고 판명이 났댄다.

점점 더 증세가 뚜렷이 나타나 결국엔 근육을 쓰지 못하고 누워서 생활을 해야 하는 병이란다.

식품으로도 안 되고 약으로도 안 되는 고칠 방법이 없다 한다.

아이는 손재주가 좋아서 어렸을 때 만들기를 좋아했는데

엄마는 아이가 나이가 들어 갈 수록 중요 과목을 해야 한다고 그 쪽으로 집중을 시켰다 한다.  

어머니는 많이 절망하고 계셨다. 공부가 다 무슨 소용이 있냐고.

며칠전 지갑만들기를 통해서 녀석이 의외로 꼼꼼히 바느질을 잘 하는 걸 보고는 손재주가 많다고 칭찬해 줬었다. 

그래도 나는 아이가 잘 하고 좋아하는 걸 하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지갑 만들기 예를 들면서. 

 

 

유전자 변이는 왜 일어나는 지 모르겠다. 

서울대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의 말에 의하면 이미  1700년대 광우병이라는 게 있었다고 한다.

양에게서 일어났는데 초식동물인 소의 사료를 육식을 섞어 주면서 소에게도 광우병이 왔고

소고기를 먹는 인간의 뇌가 스폰지처럼 되는 인간 광우병에까지 이르렀다 한다.

 

신자유주의가 주장하는, 미국이 주장하는, 그리고 빨리 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춘 박정희 정권 시절에도 기업의 최대 목표는 이익의 창출이었다. 인간에 대한 고민이나 도덕성은 애초에 없었다. 옥수수도 크게, 수박도 씨가 없게, 콩도 크고 많이 달리게 개발을 하다보니 슈퍼로 통하게 되었다.

작년에 목장체험을 가서 젖을 짜기 위해 걸어가는 소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슬펐다. 소의 젖이 얼마나 큰 지 걸음을 걸을 때마다 이쪽 저쪽 뒷다리 사이에서 비져 나오며 출렁거리던 모습. 젖(이익)을 짜기 위해 조작된 젖소의 유전자. 

포도씨유가 100이 국내로 수입되었다면 유통되는 건 10000이라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물을 섞는 것도 아닌 기름에 무얼 섞는단 말인가.

국내산 반값밖에 되지 않는 수입산 두부 한 모에 유전자 조작은 얼마나 가해졌으며 또 국내산이라고 순수 재래종이라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가.

유전자 조작의 폐해가 우리 후손들에게 어떻게 나타날지 걱정이 되면서

정직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는 열월에 사는 내 친구가 존경스럽다.

그리고 내 먹을 거리를 내가 생산해야 하는 시기가 빠르게 다가옴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