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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
햇살가득한
2012. 9. 16. 22:07
어제 옥상에 올라가 본 꽃무릇은 이파리가 돋아 나고 있었다.
이파리와 꽃이 만나지 못해서 일명 상사화라고도 불리는 꽃.
우리 집 꽃무릇은 2년이 넘도록 한 번도 꽃을 피우지 않았다.
오늘 식물원 입구에 꽃무릇이 핀 사진을 걸어 놨길래
지금 피어 있느냐니까 오늘 아침에 찍은 사진이라고 했다.
여자의 긴속눈썹이 연상되는 꽃무릇.
그 꽃이 좋아서
한 사람은 망을 보고
나는 나무 꼬챙이로 몇 뿌리 캐왔는데 늘 이파리만 올라오다가 스러지곤 했다.
봄에 이파리가 먼저 나왔다가 스러지면
여름에 꽃대가 올라오고 초가을에는 꽃을 피우는 꽃무릇.
그런데 우리집 꽃무릇인 계절을 거꾸로 해서 이제 이파리가 돋아 나오는 것이다.
이러다가 겨울에 부추처럼 긴 초록색 이파리에 눈이 내리는 적도 있었다.
식물원 직원이 하는 말.
영양분이 많지 않으면 알뿌리만 번식한다고 한다.
아하.
생명의 위태로움을 느낀 꽃무릇들이 꽃은 피우지 않고 종족 번식이 우선이었구나.
소나무도 그렇다.
거름기가 적어 척박하면 솔방울을 많이 낸다.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자기 먹고 살기 바쁘다고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낳지 않는다.
결혼 적령기를 넘겼어도 마음은 급하면서도 여전히 조건을 따지다가 늙어 간다.
거름을 넣고 분갈이를 해서 내년에는 꽃무릇이 편한 마음으로 꽃을 피우게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