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파고

캠핑용 상자

햇살가득한 2012. 12. 19. 23:57

 

캠핑에 필요한 조미료, 가스, 버너 등을 챙겨 넣는 상자다. 

늘 차에 갖고 다니다가 여름 지나고 차에서 빼두었는데

지난 주 초등학교 동창들 만나서 절실히 필요해서 이번엔 제대로 챙겨 싣고 다녀야겠다. 

물론 언제부터 생각에만 그치던 밀폐 상자를 포장하는 것도 이 참에 해내고 말이다. 

상자는 뭘로 씌울까 하다가 꽃무늬 예쁜 천을 재봉으로 박아서 씌울까 하다가 천은 더러움을 많이 탈 거고  야외 흙에 내려 놓기도 신경 쓰일것 같아 시트지를 붙이기로 했다.

 

 

 

시트지는 내 취향에 맞는 연두색으로.

1개 만들까 하다가 두 개를.

 

 

 

나는 왜 이렇게 손재주가 많은거야

하면서 자화자찬도 하고

 

 

초등 동창모임이 지난 주 토요일 있었다.

시흥에서 밤새 술 먹다 새벽 4시 30분에 잠이 들어서 8시에 깨니 

술국을 먹으러 가자길래 

영흥도를 가자고 꼬셨다. 

마지막까지 남은 12명을 내가 좋아하던 영흥도의 진흙이 바퀴에 잔뜩 묻어도 아랑곳 않고 오솔길을 달려 주차를 해 놓고는 바닷가로 내려갔다. 

그 곳은 내가 찜한 내 아지트다. 

1년에 두어 번은 바람 쐬러 간다. 가족들을 불러 모아 갈 때도 있었다.

해수욕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데 

오목하게 들어간 내 아지트는 파도에 씻긴 하얀 굴껍질이 사각사각 밟힌다. 

시커먼 바위를 바람막이 삼아 라면을 끓이고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오가는 배 구경도 하고 이륙하는 비행기도 쳐다 보고. 

그리고 돌멩이를 들춰 소라도 줍고, 돌에 붙어서 자라지 못하고 파도에 굴러 다니는 굴도 주워다 구워 먹기도 한다. 

 

초등학교 동창들은 촌놈들이라 개구리를 촌에서 잡아 왔다. 

도시에 사는 녀석들에게 옛 추억을 떠올려 그걸 맛보여 주려고 일부러 동창회를 왔다고 했다. 

하여튼 아지트에서 배가 노란 개구리를 한 녀석이 돌멩이에 툭 쳐서 기절을 시킨 뒤 불판에 올려 놓는다. 

내 차 뒤에 공기 정화용으로 갖고 다니던 참숯은 개구리의 몸뚱이를 노랗게 구워 주었다. 

난 개구리 허벅지를 좀 먹어 보고 싶었다. 개구리알도.

한 녀석이 다리 한 쪽을 떼어 주었다. 허벅지 살을 발라 소금에 꼭 찍어 먹었다. 알은 검은 색이라는 게 새삼스러웠다. 허벅지와 알은 예전에 화로에 구워먹던 그 맛이 아니었다.     

개구리, 굴, 소라를 구워 먹고 불을 껐다.

바람도 찬 데 커피를 한 잔씩 끓여 먹었으면 좋았을 걸 하면서 캠핑 상자가 내내 아쉬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