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시골쥐와 서울쥐

햇살가득한 2013. 3. 8. 21:44

구도시에 살면서 아이들과 재미있게 지냈다.

체육시간에는 애들과 헉헉거리며 뒷산에 올라가기도 하고 도토리를 몇 알 줍기도 했고, 밤 쭉정이를(밤 베개) 주워 나뭇가지를 꽂아 찻숟가락을 만들기도 했다.

화단이 없어서 볕이 잘 드는 곳에 화분을 몇 개 놓고 지렁이가 꿈틀거리는 부엽토를 퍼다가 당근, 토마토, 땅콩을 심기도 했다. 땅콩이 땅에서 나오는 줄 처음 알았다는 아이들에게 몇 알 안 되는 땅콩을 한 알 씩 나눠 주며 비릿한 맛이 나는 생땅콩 맛도 보여 주었다.

4월에는 학부모님 두 분을 초대해서 같이 진달래를 따다가 화전을 부쳐 먹기도 했다. 아이들이 어찌나 진지하게 요리를 하는지.

또 한여름에 심은 배추에 물을 주러 들락거리며 아이들은 자기가 자라는 것마냥 신이나서 배추의 자람을 알려 주었다. 이른 첫눈에 미처 수확하지 못한 배추가 눈 속에 묻혀 있는 걸 빗자루로 눈을 쓸어 내고 밑동을 따내어 밀가루를 사다가 배추전을 부쳐 주었다. "너희들이 키운 배추란다." 통이 앉으라고 묶어줄 수도 없이 바닥을 기던 푸른 배추였지만 아이들은 고소하다며 한 쪽 더 먹을 수 없냐고 했다.   

그렇게 5년을 채우고 신도시로 옮기게 되었는데...

불편한 것들을 불편한지도 모른 채 살아가던 아이들과는 달리

소소한 것들에 이의 제기가 들어왔다. 

거기다가 학부모들의 관심과 반응도 신경이 곤두서게 한다. 

학급 교육과정을 짜면서 나름 교육철학을 가지고 계획했지만 지금은 고민에 빠져 있다. 

시골쥐와 서울쥐의 동화가 생각나면서 좌충우돌하면서 소신있게 내 주관대로 밀고 나갈 것인지, 아니면 직업인으로 살아갈 것인지. (오늘 우리 반 아이가 친구가 놀린다고 내게 알렸으나 대수롭지 않은 일이기에 알았다고 했더니 경찰에 친구를 신고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