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볶고

호박 잡기

햇살가득한 2013. 3. 10. 21:29

호박을 잡는다?

잡는다는 표현이 맞다. 45cm 정도가 되는 호박은 주먹만한 애호박과는 달리 크기며

그 늙어간 세월 때문에 칼을 대기가 쉽지 않다.

워낙 크다보니 뭘 해 먹을 것인가 생각한 뒤에 적절하게 분배를 해야 하고 

그러려면 시간또한 만만찮게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적 명절에 동네 돼지 잡듯 호박 두 개를 동시에 잡았다. 

 

호박도 나름 사연이 있다. 

위쪽에 있는 푸르딩딩한 호박. 

큰언니가 텃밭에 제일 먼저 심은 호박이란다. 

나중에 심은 호박은 노랗게 늙어 가는데 통 늙어 가지 않더란다. 

가을이 되어도 호박은 노랗게 익어가지 않았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제일 먼저 심은 호박은 단호박이었단다. 옆에 심은 호박과 혼혈이 돼 버린 것이다.

길이는 노란 늙은 호박모양새인데 

겉 껍데기가 울퉁불퉁한 것은 단호박이고 익을 수록 짙은 청록색을 띄는 것은 영락없이 단호박을 닮았다. 

 

아래 호박은 올케언니가 옥상 텃밭에 심은 것이다. 뽀얀 분이 나도록 올케는 물을 퍼다 주고 거름을 주면서 얼마나 정성을 기울였을까?  

     

 

 

그 호박을 잘라보니

속을 텅 비워 씨앗쪽으로 영양을 다 보냈나보다.

늙어 뼈가 비어 버리는 골다공증이 생각나기도 하고,

자식들에게 다 내어주고 빈 껍데기만 남아 버린 늙은 노모가 생각나기도 하고.

 

 

 

두 호박의 크기는 비슷한데 단호박이 훨씬 무겁다. 

껍질도 두꺼워서 호박차를 만들 때 껍질째 쪄서 영양을 우선 생각하기로 했다. 

 

아래 사진은 정말 고깃덩어리 같지 않은가?  

 

 

 

 

씨앗은 올해 심으려고 신문지를 깔고 널어 놓았다. 

으로 깊게 땅을 파고 두엄을 몇 삽 넣은 뒤 호박을 심으면

호박은 있는 거름을 다 빨아 먹으며 기세좋게 가지를 뻗어나간다. 

영양이 넘치면 줄기에서 또 다른 줄기를 내보내 곁가지를 만들고

그 곁가지에서 뿌리가 나와 땅 속으로 들어가 어미 줄기와 별개로 분가를 한다.

그래서 자기 줄기의 호박들을 또 키워낸다.

 

 

주는 거름을 다 빨아서 호박에게 보냈던 탯줄같은 꼭지가 남았다.   

 

 

 

늙은 호박의 일부는 채 썰어 전을 부칠 거고

단호박과 몇 개의 늙은 호박은 밥에 놓아 먹을 거다.

 

 

 

두 개의 호박을 압력솥에 쪄서 체에 걸렀다.

냉동실에 넣어 두고 꿀을 타서 호박차로 마실 생각이다.

 

 

 

일부는 호박죽을 쑤었다.

찹쌀을 불려 믹서기에 갈고

호박은 체에 내려 깔끔하게 했다.

설탕을 조금 넣었는데 묵은 찹쌀이라 쓴 맛이 좀 났다.

호박은 간에 좋다는데 호박을 먹으면 몸이 한층 건강해지는 것 같아 늘 호박에 욕심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