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가
어제는 정말 애들한테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다.
나오지 않는 목소리. 거기다가 이상하게 변성된 목소리. 한 번 발동이 걸리면 얼굴이 달아 오르도록 해대는 기침. 말 할 거녀리를 TV 화면을 띄워 놓고 알려도 눈치 없는 녀석들은 여전하다. 한 번 말에 듣지도 않고.
겨우겨우 수업을 마치고 조퇴를 하였다.
그리고 오늘 고민끝에 병가를 냈다. 어제 받아 온 기침약에 (아, 단어가 생각이 안 난다. 4글자인데... 이 증상은 올해 특히 더 한 것 같다. 책을 읽던 대화를 많이 나누던 해야지.. 제기랄, 대상포진 이라는 단어가 30분후에나 생각이 나다니...)약을 더해 아홉 알의 알약과 물약을 넘기고 인삼과 도라지 대추를 끓인 물을 먹고 있다.
뒹굴거리며 책을 보다가 잠을 자다가 점심을 해 먹고 뭔가 몸보신이 필요할 듯 하여 장어는 다음기회에 먹기로 하고 추어탕을 사 먹으러 갔다. 집에서 5분만 걸으면 먹자골목이 있건만 사 먹는 거나 물건을 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오늘은 가까이 있다는 게 참 좋다. 오늘 "아홉 평 나의 집"이라는 책 한 권을 다 읽으며 여주 하품리 산골에 살 생각을 했었는데 그곳에 산다면 아플 때 편하게 뭘 먹으러 갈 수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 추어탕을 1인분 사 들고 먹다 남은 김치랑 고추된장 무침도 싸 왔다. 나는 이 반찬이 필요하고 식당에서는 쓰레기로 나갈 거니까.
추어탕을 주문해 놓고 하품리에서 추어탕 장사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장사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고, 몸이 아프다고 일을 못 하겠다는 큰언니보고 하라 하고, 골짜기 다락논에 꼬부라진 허리로 농사를 짓고 있는 할아버지네 논을 사서 거기에 미꾸라지를 키우는 거다. 미꾸라지는 하품리 아저씨보고 잡으라 하고.
하여튼 매실밭 할아버지한테 주말에 가서 땅을 조금 떼어 팔라고 부탁을 해 봐야겠다.
학부모는 2분이 문자를 보내 왔다. 내 새끼들 같은 애들을 두고 집에 있는 다는 게 맘이 불편하지만 며칠 감기에 시달리며 힘겨워 하는 것 보다 하루 쯤 푹 쉬고 나은 다음 가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려서 병가를 낸 거다.
오늘 푹 자고나면 괜찮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