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엄마의 퇴원

햇살가득한 2013. 5. 15. 23:33

5월 3일 넘어지는 바람에 머리를 찍었더니 뇌종양이라

분당서울대학병원에 가서 다시 찍어 보니 폐에서 전이된 거라...

근 열이틀만에 집으로 돌아오셨다.

항암치료를 받지 않는 걸 자식들이 원했는데

병원으로 퇴원을 시키러 갔더니 평상복으로 갈아 입은 엄마는 이미 병자가 아닌 듯 했다.

덩달아 큰언니도 병원생활을 했는데 우리 5남매중 큰언니가 제일 인정도 많고 살갑게 한다. 직장도 관두고 일을 하는데 여름방학이 지나면 나랑 교대를 해야 할 것 같다.

엄마는 병원에서 치료를 하면 1년, 안 하면 6개월 정도 사신다고 했다.

치료도 병의 속도를 늦추는 거지 완전 치료가 아닌.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애들처럼 과자를 찾거나 여전히 식탐을 보인다. 미처 밥상이 차려지기도 전에 젓가락을 드신다.

앞으로 엄마는 어떤 방법으로 간호를 해야 할지...

나는 진통제 먹어 가며 어디 좋은 곳 가서 요양하면서 인생의 종반부를 정리하셨으면 좋겠다. 큰언니는 고통스러워 하는 걸 어떻게 보냐며 요양병원으로 모셔야 한다고 하고...

  엄마는 뇌신경센타에 입원을 해서 감마나이프라는 수술을 받았다. 단 1mm도 비껴가면 안 되기에 쇠를 드라이버로 조이더란다. 얼마나 고통스러워했으면 큰언니가 수술을 안 시키겠다고 울고불고 했을까? 감마선을 쬐어 종양을 찌그러뜨려서 신경을 덜 누르게 하는 수술이라고 했다. 며칠 차도를 보더니 이번엔 폐암 때문에 암센타로 병동을 옮겼다.

  병원 건물에 크게 붙어 있는  '암센타'라는 간판을, 글씨를 다 알지는 않지만 엄마가 모를리 없을 거다. 아니면 너무 고통이 심해서 읽고도 뇌까지 전달이 안 되었는지도 모르겠고. 엄마가 전화를 받을 때는 다리가 아파서 병원에 와 있다고 했다. 엄마가 병실에 들어가 있지 않고 휴게실로 떠도는 것을 보면 갑갑하다는 건 핑계이고 복수가 차서 만삭처럼 부른 배를 안고 어쩔줄 모르는 암환자가 자기처럼 느껴져서 애써 외면하려고 그런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아이처럼 퇴원을 하루하루 고대하면서 고향엘 가보고 싶어 했다. 

   스승의 날이라 수업이 끝나고 조퇴를 달고 병원으로 갔다. 폐에서 뇌로 전이된 것까지 확인하고 더 이상의 검사는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래서 병원에서도 약을 한 보따리 지어 주고는 퇴원을 시켜 주었다. 3일후 조카의 결혼식이 있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주변정리를 하셨다. 우선 1년 만기로 넣어 놓은 통장을 해약했고, 둘째 언니가 봉투째 갖다 준 월급봉투에서 돈을 나눠 열다섯개의 봉투를 만들어 십만원씩 담았다. 저축의 씨앗을 만들어 주려고 통장을 만들라고 준 거다. 자식들, 손주들, 그리고 큰댁 5촌, 고모와 고모부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