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 캐는 사람 따로, 먹는 사람 따로
옛날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일까?
전래동화책을 많이 봐서일까? 산삼에 관한 이야기는 참 여러가지인데 하나같이 '효'와 연결되어 있다. 요즘 사람들의 산삼에 관한 이야기도 종합해 보건데 '마음이 착해야 산삼이 보인다'는 것. 한동안 산삼을 캔 사람들에 관심이 많아서 그들 얘기들을 모아 본 적이 있었다. 한 때는 산삼보다, '산삼을 캔 사람들'이란 책을 하나 내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게으르다.
지지난주 토요일. 그간 고열에, 입술과 입안이 다 헐고 입맛이 전혀 없는 엄마가
홍천 고향엘 가셨으면 했다. 나와 큰언니는 이번이 살아 마지막 여행이 될 것 같아서 가슴이 뭉클하였다.
고모댁에서 마늘쫑을 뽑으며 엄마가 원하는 다슬기를 잡으러 가자며 준비를 하고 있는데 경북 영양에 사는 사람에게서 느닷없이 문자가 한 통 왔다. 이파리가 5개인 산삼을 찍은 사진에 '심봤다'라는 문구가 찍힌. 축하한다며 염치도 없이 산삼을 내게 팔라고 했다. 사실 산삼앞에 모른척해도 될만한 그런 사이였다. 그는 꼭 필요한 사람이 먹어야 한다며 산삼을 보내 주겠다고 했다.
돈도 받지 않고 내게 보냈다.
엄마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내가 먹던가 오빠를 주라고 했지만
자기도 먹지 않고 내게 보내준 사람 성의가 있어서 엄마가 안 드시면 다시 보내겠다고 했더니 겨우 드셨다. 물론 죽으로 속을 다스린 뒤에.
산삼의 효과는 이틀 뒤에 나타났다. 아이들 밥 먹이듯 싫다는 걸 억지로 숟가락에 반찬을 얹어 떠 먹여 드려야 했는데 입맛이 되돌아 온거다. 드시니까 기운도 생겨서 조금씩 걸어 다닌다.
내가 효녀인가보다. 신령스러운 산삼을 직접 내게 보내주지 않고 산을 다니는 아는 사람을 통해서 보내 주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