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텐트 샀다
햇살가득한
2013. 7. 25. 22:29
고등학교 때 도서관에 가려고 도시락을 싸 들고 철대문을 열었더니
파랗게 보이던 하늘. 뭔 도서관이냐 하면서 버스를 타고 율동 저수지 둑에 앉아 도시락을 까 먹고 돌아왔다.
20대가 되고 돈을 벌면서 코펠이니 침낭이니 하는 것들을 사들였는데 텐트만큼은 사고싶지 않았다.
무겁기도 하려니와 텐트만큼은 남자가 사야 할 것 같았다.
이십여 년이 흐른 지금 어제사 텐트를 샀다.
지난주 CT 촬영 결과에 의사는 아주 흡족해 하면서 엄마의 암세포가 많이 줄어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눈치를 봐가며 간신히 외출을 끊어 분을 다투며 병원엘 간 데는 항암치료제가 부작용이 심해서 끊어야 할까하는 상의를 하러 간 거였었는데 암세포가 줄어들었다는 말에 말도 꺼내지 못하고 돌아왔다.
매일 두 어시간씩 인터넷을 뒤져 공기 좋은 곳 월세나 전세방을 알아봐도 너무 멀어서 마음이 내키지 않는데
여름 한 달 동안 숲속에 텐트를 치고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휴양림은 시설이 잘 돼 있어서 텐트에서 먹고 자는 것은 문제가 없을 듯 하니까
공기 좋은 숲속에서 지낸다면 엄마도 좀 낫지 않을까?
그러면서 그 주변 세를 들 방도 알아보고.
내일은 직장에 휴직 의사를 밝혀야 한다. 얼마동안의 간병 휴직을 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