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0.12 홍천 임도길 도보
좋은 길을 여러 사람과 함께 걸으며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게
깃발의 아주 소박한 봉사정신이라 생각했다.
그저 화려한 단풍이 어우러진, 멋진 폭포수가 쏟아 내리지도 않고
오르막 내리막도 거의 없어 거친 숨 몰아쉬며 쉬었다 가야 하는 그런 길도 아닌
그저 걷기 편한 흙길에 안전한 그런 길이었다.
묘미라고 한다면 살짝 감춰진 길의 모퉁이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러나 그 모퉁이를 돌아가 보면 단지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구겨진 넥타이 처럼 풀어져...' 이어져 있는 그런 길.
그런 길을 함께 걷고 싶다는 수호천사님,
그리고 평택에서 일찍 올라온, 까페 닉을 뭘 쓰는 지 모르는 아는 동생.
이 길은 산림자원 보호를 위해 우리나라에서 제일 처음 국가 주도로 만든 의미있는 길이고
그러느니만치 불도져로 민 듯 편평하게 정돈되어 다져져 있고
길 옆 잡풀도 이발하듯 깨끗하게 다 깎아 놓았다.
기껏 3명이 걷는 길이라
버스를 타지 않고 차를 끌고와 도보 끝나는 지점에 세워 두고
시작점인 며느리고개까지 시내버스를 탔다.
남자 회원이 왔다면 도보를 마치고
선산에 들러 잣을 딸 생각이었는데
청설모가 따 놓은 잣을 몇 송이 주워 대신했다.
산의 능선은 남향으로 되어 있고 그 능선 뒤쪽으로 걸으니
임도길은 거의가 햇빛을 가려주는 그늘이다.
멀리 도사곡리가 보인다.
휴대폰도 안 터지는 곳. 지난 여름에 차 배터리가 나가서 한 시간여를 걸어 내려간 곳
사람들은 단풍을 보러 설악산으로 내장산으로 찾아 들겠지만
하오안리 임도길은 단풍철이어도 늘 고요하니 제 모습대로 있을 것 같다.
띄엄띄엄 있는 붉나무가 물들기 시작했고
듬성듬성 곧게 선 낙엽송은 곧 노란색으로 물들겠지만 그마저도 간벌작업중이고
희뿌옇게 푸르기만한 잣나무 숲은 계절에 아랑곳않고 사철 제 빛깔을 갖고 있을 것이므로 .
18키로의 도보를 식사시간 포함해서 4시간을 걸었다.
호젓한 산길, 흙길이 더 좋았던 건 역시 같이 걸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