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회사 사람을 만났다
집은 작게, 생활하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짓고 싶다.
어떻게 지을까 늘 틈틈이 생각해 두긴 했지만 최근 이틀은 꼬박 궁리를 해 댔다.
그리고 나서 방안지에 설계도를 그렸다.
업자를 만나면 설계도는 나중에 내밀어야지.
건축회사 사람은 나를 만나자 우선 명함을 내밀었다.
무슨일을 하냐고 대뜸 물었더니 건축 계약을 한댄다.
내 그럴 줄 알았다. 계약을 하는 사람은 내가 어떤 집을 지을 지 관심없어 할 터이다.
역시 그는 자기가 준비해 온 견적서를 펴더니 파일에 꽂힌 자료들을 몇장 넘기면서 견적을 뽑기 시작했다.
내가 지을 집이 몇 사람이 살집인지, 어떤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지, 환경에 관해서는 어떤 생각들을 갖고 있는지... 아예 물어보지도 않았다.
내가 18평을 생각했다고 하자 25평 이하는 할증료가 붙는다고 했다.
섬에 택배를 보낼 때 할증이 붙는 거 이해했다. 그는 예를 그렇게 들었다.
나도 알긴 안다. 작은 평수를 짓더라도 큰평수 들어가는 것 만큼 필요한 것들은 넣어야 하고,
작은 평수는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도 그는 20%를 할증 얘기하면서 집을 크게 지을 것을 권했다.
"혼자 살 집인데요."
라고 했고 내가 그린 설계도를 보여 주었다.
내가 잘 방은 침대보다 좀 크게, 거실은 여러 사람이 와서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일자로 크게,
벽난로를 만들어서 그 앞에서 차를 마시고, 벽난로 온돌방에 올라가서 잘 수 있도록.
다락도 하나 만들거라 했더니 남자는 차라리 1.5층으로 만들라고 한다.
손님이 오면 자거나, 평상시에는 옷이나 책을 넣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거라고 2층까지는 필요 없고,
그렇게 되면 집의 구조가 복잡해지니 경비도 더 많이 들 것이고 내가 생각한 간단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진다고.
남자는 토목공사비용, 전기, 수도, 인허가 비용 등 집보다 집을 짓기 위해 들어가야 하는 비용도 잡아 주었다.
토목공사는 오빠가 하루 포그레인 빌려서 밀면 될 것이고, 지붕의 빗물 공사는 그냥 따로 받아서 밭으로 보내면 될 것을, 뭐든 공사 비용으로 잡아 넣는다.
결론은 짜 맞춰진 집을 지을 거면 왜 새로 짓지? 속 편하게 지어진 집을 사고 말지.
아직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은 집에 대해 알아 갈 수록 대충 넘기지 못하는 내 성격이 또 어느 선에서 제동을 걸지 모른다는 것이다.
오늘 보일러 고치러 온 기사를 되돌려 보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