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질구질?
건축박람회 갔다가 톱을 하나 샀다.
집을 지을 때 자연을 소재로 한다면 굳이 기성품의 손잡이를 써야 할까 하는 생각에 손잡이는 만들어 쓰려고.
산길을 걷다가 부러진 나무가 있으면 배낭에 있는 톱을 꺼내 적당히 잘라온 뒤 집에 와서 틈이 날 때 손잡이를 만드는 거다.
전에 엄마와 광주 습지공원을 걷다가 막 베어낸 느티나무 가지를 꺾어다가 체다리를 만들었다. 껍데기를 벗기니 하얗게 속살이 나와 깨끗했고 말려 쓰니 안성마춤이었다.
어제 나도 진작에 부러진 냄비 손잡이를 고치려고 톱을 꺼냈다. 새 톱 시험도 할 겸.
나무는 울 반 아이가 학예회때 격파하고 쪼갠거 다시 싸들고 가기도 귀찮아 하길래 모형 집 지으려고 몇 개 가져온 게 있는데 그걸 잘랐다. 태권도 마크가 찍혀 있다.
물론 키친아트에 가서 손잡이를 구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언니는 열심히 톱질을 하는 날 보고 '구질구질'하다고 했다.
나: 그럼 언니라면 어떻게 할건데?
언니: 그냥 쓰다가 버리지 뭐.
나: 망가진 거 그냥 쓰는 게 난 더 구질구질할 거 같은데?
난 아직 20대인지, 뭘 하고 싶은 게 그렇게도 많다. 내가 20대라면 목수의 길로 들어섰을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고, 도예가, 장구를 배울 때는 음악가, 또 문학가... 지금은 목수가 아니니 목수 흉내라도 내자. 나사못을 대고 드라이버로 돌렸더니 나무가 쪼개진다. 이런, 나무를 드릴로 파내야 하는데 못을 박았으니... 이쪽으로 이사올 때 친구가 사준 HILTY 연장을 통째로 훔쳐간 이삿짐 센타를 한번 더 욕했다.
하는 수 없이 액자도 벽에 붙어 있다는 호주에서 사온-생산지는 말레이시아인-고무 접착제를 쓰기로 했다.
잘 붙긴 했다.
그러나 설거지할 때 나무라서 가능한한 물에 젖지 않도록 조심해서 해야 할 듯 하다.
조각도 날이 잘 서 있다면 무늬라도 넣을 수 있는데 거기까지는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