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호기심 천국(자전거 여행)

햇살가득한 2014. 5. 12. 23:45

강릉시민이 되었다고 이미 토박이가 다 된 운성이가 저녁을 사겠다고 했다. 

저녁전에 경포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기로 했는데 

정동진까지 갔다가 되돌아오자는 운성이,

묵호까지 가서 기차를 타고 되돌아오자는 나. 

운성이는 안전빵을 원하고

나는 모험심, 호기심이 강하고..

정동진에서 묵호까지 가려면 고개를 넘어야 하고, 아니면 굴을 통과해야 하는데 한 번도 안 가봤다는 운성이.

뭐 고개 타고 못 넘으면 끌고 가면 되지 뭐 하면서 이미 갔던 길을 뻔히 아는데 되돌아 오는 것이 재미 없다는 나. 

내가 남과 다른 점이 이런 거였다. 남들은 안전한 생활을 원하면서 주어진 생활에 만족하며 사는데 

나는 남들이 보기에 만족하고 안전할만한데 나는 또다른 것을 늘 꿈꾸고 있다.

심곡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은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저녁때 몇십년 알고 지낸 그러나 최근 몇년은 연락이 없었던 00가 전화를 걸었다. 

강릉에서 묵호까지 자전거 탔었다니까 위험하니까 하지 말란다. 

그렇잖아도 해안도로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어서 큰 트럭이 다니는 길을 같이 달려야 했고 남풍 맞바람이 불어와 오히려 건강을 해칠 거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화장을 지우는 화장솜에는 꺼먼 매연이 묻어 나왔다. 

그 화장솜을 보면서 꺼림직했는데 위험하니 자전거를 타지 말라는 00이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래, 이젠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지 말아야지. 

그럼 어디서? 

바우 13길이나 타야겠다. 거기는 차도 없고, 매연도 없고, 그렇지만 멧돼지가 나타날 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안고. 

 

운성이가 섭해장국을 사 줬다. 해장국을 먹으며 바라본 등명해수욕장. 기차도 앞으로 지나간다.  

 

 

멋진 유니폼을 사 입을까도 생각했었지만

13년이 된 바지 꿰매 입고 알뜰하게 자전거나 타자.

자전거 탈 때 쓰려고 작년에 산 고글. 이번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바람도 막아주고 햇빛도 여과시켜주고.

 

 

사진찍는 취미가 없어진 요즘,

사진 전문가가 옆에 있지만 걍 셀카로.

 

 

묵호에서 자전거 거치대가 있는 식당칸에서 바다를 보며 돌아오는 기차 안.

맥주라도 한 캔 따고 싶었지만 더 맛있는 저녁을 위해 참았다.

갈 때는 5시간 달려 갔는데 돌아오는 길은 달랑 27분이다.

교수님은 운성이보고 처자식 있는 사람과 같냐고 하냐만서도 나도 이젠 안정적으로 삶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