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가득한 2014. 5. 31. 23:35

전에 산사체험을 다녀오고 인연이라는 것에 대해 좀더 곰곰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다.

어제 저녁에 몸살 약을 사 먹고는 보일러, 핫팩을 잔뜩 덥혀서 땀을 빼며 12시간을 꼬박 잤다. 사실 잔  건 아니었고 땀만 줄줄 빼냈을 뿐.

열이 40도 넘게 되면 정신줄을 놓아버리는 건 아닌가 싶어 혼자 어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두 사람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프다고.

오늘 아침에 아는 언니가 밥을 먹으러 오라길래 갔다가 잔뜩 수다 떨고는 5시경에 쌈거리를 얻어 오다가 향호지쪽으로 돌아오는데 자전거 탄 비구니 스님이 오고 있길래 말을 걸었다.

며칠전 산사체험 갔다왔는데 스님들 보면 반가워서 그런다고.

길거리에 서서 이야길 하다가 얻은 1/4쪽 수박이 있길래 그늘에서 그거나 먹자고 했더니 이 스님은 집에 가서 먹으라고 한다. 나도 어자피 혼자니까 그냥 여기서 먹자고 했더니 대뜸 자기네 집으로 가자며 자기를 따라 오란다.

스님은 내 자전거를 주고 싶을 정도로 연신 패달을 밟아야 하는 성능이 좋지 않은 자전거를 타고 나는 자가용을 끌고 그 뒤를 따른다. 힘들겠어서 "자전거를 바꿔 타지요." 했더니 다 왔단다.

솔숲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을 사진찍을라했는데 그만 시간을 놓쳤다.

스님은 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곳에 혼자 사셨다. 소나무로 둘러싸인 것까지는 좋았는데 산과 너무 가까이 있어서 해가 들지 않는 곳이라 내가 좋아하는 집터는 아닌.

뭔가 차려 내오실 거 같아서

"수박이나 쪼개 먹고 갈거예요."

했는데 얘기하다보니 저녁이 되었다. 

스님은 얻어온 김장김치를 내 주셨고, 고구마도 구워주셨다. 자리에서 일어설 때는 몇개를 싸 주기도 하시고.

고구마로 저녁을 먹고는 빈집을 하나 소개해 주시고는 내 차를 돌릴때까지 배웅을 해 주셨다. 

처음에 길에서 그늘에 가서 수박이나 쪼개먹자는 말에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던 스님한테 헤어지면서 굳이 내 전화번호를 드리지는 않았다. 내가 찾아 가면 될터이므로.

혼자 생활해서 말 한 지가 오래 돼서 말이 어눌하다는 이 스님, 웃을 때는 아이같은 이 스님과는 어떤 인연으로 이어질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