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오늘 날 잡았네

햇살가득한 2014. 6. 25. 23:35

아침에 휴대폰이 울렸건만 출근 준비에 전화 받을 사이가 없었다.

화장실에 갈 때도 있었고. 하여튼 몇번 건 00 엄마와 통화를 했다.

아이가 등교 하려고 버스 기다리다가 문이 열려있는 차에 이마를 박았댄다. 응급실이어서 좀 늦게 등교한다고.

얼굴이 붓고 앞머리를 들추니 퉁퉁하니 테입을 붙인 00이의 이마가 드러났다. 속으로 5바늘, 겉으로 15바늘을 꿰맸댄다. 

평소에 왕장난꾸러기인 녀석이다. 

장난꾸러기 00녀석은 그 좋아하는 체육도 못하고 지켜보기만해야했다.

또 다른 녀석은 열이 있다고 조퇴를 하고 가고.

문제는 4교시였다.

00이가 속이 메슥거린다고 했다. 보건실에 가라 했더니 싫다길래 대수롭지 않은가보다 하면서 쉬고 있으라했더니 엎드려 있다.

오늘은 6.25. 계기교육을 하려고 칠판에 동아시아 지도를 그려놓고 국제 정세를 설명하고 있었다. 조만간 3.8선을 긋고 6.25가 터지려고 하는데, 00이가 폭포수처럼 쏟아 놓는다.

오늘따라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일주일에 한 번 나오는 요구르트가 나왔다. 자기 것을 찾길래 내 책상위에 있던걸 건네 준 게 화근이었다.

요구르트의 그 신 냄새가 교실을 진동했다.

사실 나도 비위가 그다지 약하지는 않지만 두 세 번에 걸쳐서 다 토해내는 데 치울 엄두가 안 났다.

며칠전 옆반 신출내기 선생이 화장실에서 반 아이가 토했다며 걸레를 빨길래 속으로 다른 일거리도 많을 텐데 하필 초등 교사가 돼서 별 일을 다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내게도 닥친거다. 

아이들에게 "누가 도와줄래?" 했더니 의외로 아이들이 코를 싸잡고 서로 치우겠다고 했다. 

이하 생략,

아이들이 얼마나 냄새가 심한지 교실을 뛰쳐 나가고, 이 녀석들이 조용히 나가기만 하면 울반 녀석들이 아니지. 비명과 큰소리로 복도를 벗어나 계단 아래까지 피신해 있었다. 그러면서 다른 놈들이 또 토하고, 또 토하고... 

아수라장이다. 

그래도 평소에 동문서답하는 까불이 **이가 걸레를 빨아다가 마무리 닦기를 했다. 평소에 새침하게 가재눈을 하는 &&는 "칭찬 도장 몇 개 주실거예요?"

하면서 닦는 걸 보니 아무래도 도장에 더 관심이 있는 듯 해 보였다. 어쨌든 도장을 두 개를 주든 세개를 주든 얼른 마무리 하고 냄새를 빼고 싶었다. 

"다섯 개."

인심을 팍팍 썼다. 

6. 25 전쟁이 터지기 전에 우리반 전쟁은 한시간 넘게 계속되었다. 

점심시간이 되었지만 이런 녀석들을 데리고 밥을 먹으러 갔다가는 급식실에서 다 토해 놀 게 뻔했다. 

그래서 바람을 쐬러 학교 뒤켠을 돌다가 늦게 밥을 먹으러 갔다. 안 먹겠다는 4명은 그냥 두고. 

5교시는 옆반 선생이 수업공개를 해서 가서 봐줘야 하는데, 이 닦을 사이도 없이 한 녀석이 울고 그 옆에선 대변인마냥 두 어 명이 일러바친다. 문을 너무 쾅 닫아서 손가락이 찧었댄다. 

녀석을 보건실로 보냈는데 정작 문을 닫은 녀석,- 이 녀석도 쥐방굴처럼 작은 녀석이 복도를 통통통 뛰어다녀서 골치인 녀석이다.  -은 자기는 세게 닫지 않았다고 그 상황에서 발뺌이다.

화가 났다. 그렇잖아도 늘 자기 빠져 나갈궁리부터 먼저하는 잔머리 굴리는 녀석이라 짜증이 나는 녀석이다. 더군다나 요즘 최고 벌인 '무관심'벌을 받고 있는 중이어서 무관심으로 대할까 하다가 아이가 다쳤길래 안되겠다 싶었다. 거기다가 전에 뻔뻔하게 내 서랍에 보관하고 있던 자기 물건을 가져가놓고 집에서 가져왔다고 짜증까지 내며 잡아 떼던 것과 거짓말 한 것이 떠올라 옷을 확 잡아 끌고 교실로 데려 왔다.

아무개가  

"이렇게 큰 소리가 나게 문을 닫았어요."

하면서 시범을 보이자 녀석이 운다. 왜냐고 물었더니 여전히 자기는 그렇게 세게 닫지 않았댄다.

진을 빼고 났더니 극도로 피곤해졌다. 퇴근후에는 어제 매던 김을 오늘 다 매야 하는데 밭에도 안 들르고 집으로 왔다.

문자가 하나 들어와 있었다. 이 문자 보시는대로 전화 좀 주세요.

정시 수업이 끝나고 특별 보충을 두 명 더 봐주었는데 그 중 한 여자 아이가 스쿨버스 안에서 협박을 당했다고 엄마가 아직도 흥분한 목소리로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다.

내일 학교에 가서 그 쪽 아이의 얘기를 들어보고 전화 해 주겠다고 하면서 끊었다.

오늘 왜 이러냐. 어제 남해로 파견 간 박샘이랑 통화하면서 애들도 자연환경도 다 좋다고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