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파고

자연 (바다 그리고 바가지)

햇살가득한 2015. 1. 11. 10:52

 

어제 저녁에 일년에 두어번 있을까말까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아침에 호박죽을 먹고 점심때는 빵과 차를 먹고나니 갑자기 라면이 땡긴거다.

라면을 막 한 젓가락쯤 남겨 두었을 무렵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참 별일이다. 이런 적이 없는데. 라면 그릇을 설거지 통에 넣고는 전지가위를 들고 바닷가로 향했다. 평상시 5분이면 되겠지만 무릎이 아프니 시간이 더 걸렸다. 거기다가 바가지에 달 다리에 적당한 나뭇가지를 눈여겨 보며 걸어야 했다.

 

바다는 아주 푸르렀고 파도가 바다밑을 훑어 끌고 올라와 크르릉 소리를 내며 높게 치달아 몰려와서는 모래사장에서 납작 엎드렸다가 하얗게 물러났다.

좋은거야. 잘한거야. 바다가 보고 싶다면 바로 신발을 끌고 나와서 볼 수 있는 이곳. 서울이나 어디 멀리서 왔음직한 관광차는 여행객을 바다에 풀어 놓고는 깜빡이 등을 켜며 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울긋불긋 차린 여행객들은 추운 바람을 맞아가며 방파제에서 술을 기울이며 회를 먹고 있었다.

나도 작년 이곳으로 이사를 하지 않았다면 저들처럼 겨울바다가 보고 싶어서 한번쯤은 날을 잡아서 바다를 보고는 갔겠지. 마음속에 푸른 바다를 품고서.

 

주워온 나뭇가지 껍데기를 벗겨 톱으로 잘라 다리를 만들었다. 아는 분이 '너라면 뭔가를 만들수 있을거야' 라며 잘못 자른 박을 줬는데 자른 면을 칼로 다듬고 나니  일부러 모양을 낸 듯 직,곡선이 되어 변화를 주었다. 박 겉은 노란 것이 흠집 하나 없고 속도 하얗고 이뻐서 무엇에 쓸까 궁리를 했는데 근사한 그릇이 되었다. 

 

 

 

스마트세상이 된 요즘. 스마트폰이 필수가 되어 정보를 실시간 검색하고 정보가 돈이 되고 돈은 갑의 횡포를 만들어내는 요즘 세상. 난 가능한한 세상을 거슬러 살고 싶다. 물건은 물론 사람 관계도 돈으로 사는 요즘세상에 난 자연이 내 주는 물질을 받으며 그 정신도 함께 받고 싶다. 그래서 돈으로 맞바꾸는 것이 아닌, 박을 심고 물을 주며 단정한 모양으로 자라라고 자리도 다시 앉혀주고 햇빛이 잘 들어 박이 고루 잘 익으라고 주변 풀도 깎아주고 언제쯤 단단하게 박이 익을까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보며 서리가 내리기 전에 박을 따다가 쪼개고 삶아 껍질을 벗기고 말리는 과정을 거치고 나무를 골라서 다리를 달아 주는 그 1년동안의 과정속에서 바가지가 자연이라면 난 거기에 정성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여 내가 박에 투영된 하나가 되고 싶다.  

의도치않게 손잡이가 된 바가지는 귤을 담아 놓는 바가지로 나머지 하나는 냄새가 빠지지 않으라고 꽁꽁 묶어둔 강냉이를 조금씩 덜어 먹을 바가지 용도로 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