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거름망
친구의 아는 사람이 좋은 게 있다고 자기네 집으로 끌더랍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친구들이 워낙 술을 좋아해서 뭐 좋은 술이 있나보다고 생각했는데 보이차를 선물 받았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 좋은 게 있다고 모이긴 했는데 차를 어떻게 마시는지는 모르지요. 하기사 우리 조카들도 보이차 마시자고 하면 시커먼 덩어리를 보면서 "똥 같애."라고 하면서 킁킁 냄새도 맡아보지요.
친구의 친구는 주전자에 보이차를 넣고는 밀가루 치는 체에 걸러서 맥주잔에 따라 마셨답니다. 남자들 서너 명이 뭐 좋은게 있다고 모이긴 했는데 보지 않았어도 그 왁자함이 느껴집니다.
"혹시 원 샷 하지는 않았어?"
한 술 더 떠서 내가 물어 봤지요.
며칠전 내가 쓰는 자사호를 보여주면서 보이차 우리는 거라고 얘기해줬더니 그걸 구해 달라고 합니다.
맥주잔이 아닌 찻잔도 몇 개 구해야겠지요. 밀가루 체가 아닌 차 거름망도 구해줘야겠어서 그건 내가 만들어 주기로 했답니다.
1. 연필로 구멍 뚫을 곳 표시를 하고
2. 문구용 칼로 동그라미 안쪽으로 삼각형을 먼저 파 낸 뒤에 넓혀가며 동그랗게 파냅니다. 처음부터 원 대로 파내다가는 실패할 수도 있으니까요.
3. 원이 적당하게 되었으면 고운 사포로 문질러 줍니다. 표주박 자른면도 함께요.
4. 구멍을 장구핀으로 뚫어야 쉽게 뚫을 수 있는데 찾아보니 없네요.
5. 모시를 물에 적셔서(구김이 안 가고 잘 펴짐) 핀으로 고정을 시켜야 팽팽하게 꿰맬 수 있어요.
6. 완성된 모습.
구멍을 좀 작게 팠나 싶은데 차를 마실때 덜렁거리지 않고 차분하게 하는 것도 차를 마시는 마음이므로 천천히 잘 따라보라는 뜻을 담았습니다.
차에 대해 잘 모르지만 어깨너머로 배운 차 우리는 법을 그 친구들에게 전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