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갑질은 또 갑질을 낳고...

햇살가득한 2015. 2. 13. 16:30

  우리 학교에 정말 일 열심히 하는 계약직 직원이 있다. 그가 맡은 도서관은 늘 깨끗하게 책이 정돈되어 있고 바닥은 물론이요, 창가에 화분도 그녀의 손길을 받아 행복해 보이는 그런 도서관 공간이다. 거기에다가 아이들이 책을 빌리러 가면 다정하게 안내도 해 주고 교사와의 협력 관계도 잘 유지하여 일이 순조롭게 처리되도록 늘 최선을 다 한다.

  그녀는 1년이 채 안되는 계약기간의 만료를 며칠 앞두고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재고용을 하면 2년이 넘는 기간이라 무기계약직이 되고 그렇게 되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고 특별한 이유없이 해고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학교에 또 다른 계약직 직원이 있다. 교장의 딸로 학교 전반의 실무를 맡고 있는데 업무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아 다들 애를 먹고 있다. 채 1분도 안 걸려 처리할 수 있는 업무도 마감시한을 지났기에 이틀 동안을 보채도 너무나 태연하다. 한 두 번 겪는 일도 아니어서 또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어서 내가 보기에 확실히 근무태만이다.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무표정하게 그 자리를 몇 년 째 지키고 있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최근 자주 거론되어지는 "갑질"이라는 단어가 있다. 아버지가 갑질이어서 그 자식도 갑질이고 또 그 자식도 갑질이 될 것이다. 아버지가 교장이라는 권력을 쥐고 있다면 그 아버지의 권위에 누가 되지 않는 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름답지 않을까? 

  

  근로 안정을 이유로 추진하고 있는 무기계약직이라는 제도가 약자에게는 오히려 더 근로불안정을 가져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