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상다반사

고마운 사람들

햇살가득한 2015. 5. 25. 23:20

내가 한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어제 윤철이와 준희가 인천에서 다녀갔다. 그 먼거리를 나를 보러 올 거면 오지 말고 놀러 올셈으로 올거면 오라고 했더니 기어코 왔다. 와서는 윤철이는 배추 한 통을 사다가 김치를 담고, 머리를 감겨주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해 주었다. 부어있는 발바닥을 꾹꾹 눌러 시원하게도 해 주었다.

윤철이는 학교 다닐 때도 남자 아이들에게 잘했다. 살림 잘 하고 인간성 좋고.. 그런 애를 남자들은 왜 안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단지 뚱뚱하다는 이유만으로?

하여튼 윤철이는 시집을 가고 나서도 시댁일을 도맡아 하는가보다.

우리 엄마도 잘 주물러 드리지 않는데 남의 발바닥을 꾹꾹 눌러 주고 있는 윤철이.

준희랑 올라가는 차 안에서 내가 씩씩해서 마음이 놓였다고했다.

지금 내가 집안에서 휠체어를 타고 목발을 짚고 다니면서도 꿋꿋한 이유는 불편함이 주는 것보다 내 주변에 사람들이 있다는 위안과 다리가 낫고 나면 더 열심히 여행을 다니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리고 인연이 닿은 사람들에게, 인연이 닿지 않은 사람에게라도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생활을 다리 다 낫고 나면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더불어 내 입장이 먼저가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는 생각도 한다. 

환갑, 그 이상을 넘어서까지 같이 가야할 대학교 친구들이다. 

 

교수님도 며칠전 장을 봐 오셨다. 오늘은 운성이편에 반찬을 보내시기도 했다. 그동안 남에게 별로 베푼 게 없는 듯 한데.. 앞으로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양양에 사는 귀농한 정선생은 토요일 도시락을 싸 와서 점심을 먹게 해 주고 병원에 데려가서 소독도 해 주었다. 모두들 고마운 사람들이다.  

 

민속 연구회 사진가도 병원에 한 번 데려다 주었다. 

내일은 누굴 부를까? 아니면 택시를 불러 갔다 와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