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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출근

햇살가득한 2015. 8. 23. 16:16

근 100여일 휴가를 내고 여름이 끝나갈 즈음인 내일 출근을 합니다.

걷기가 부자연스러워 외출할 수가 없었는데 목발도 떼고 조금씩 걷다보니

어디 휴가라도 다녀와야 남은 한 해 잘 보낼까 싶어 전국 지도를 놓고 들여다 보니 막상 떠날 엄두가 안 나네요.

마침 친구가 영월로 놀러간다길래 따라 나섰습니다. 

친구들 가족과 래프팅도 즐기고

강릉으로 돌아와 엄마를 모셔와서 바닷가에서 텐트도 치고

 

 

피서객들이 빠져나간 야영지에서는 우리 가족만 달랑 텐트를 쳤는데

텅 빈 백사장과 서늘한 바람이 여름이 물러나는 것을 알립니다.

 

 

대관령 자연휴양림에도 몇몇 캠핑족들만 보이고

비어있는 데크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숲을 산책했습니다.

텐트 쳐 놓고 옷가지 널어 놓은 가족, 진정 힐링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들은 숲에서 뛰어놀고...

벌개미취가 한창이었습니다.

 

 

 

 

인제 백담사에 아침 먹을 거리를 간단하게 사 들고 버스를 타고 들어갔는데

이젠 계곡에는 들어 갈 수 없다고 하네요. 

그냥 소풍나온 듯 돌 위에 도시락을 펴 놓고 먹으려고 했던 것인데. 

숲 속 산책을 좀 했는데

이십여년 전 학교 때 몇몇이 텐트치고 자면서

한 잔을 들이켜고는 잡은 물고기 한 점을 놓고는 니가 먹네, 내가 먹네 하면서 장난스레 옥신각신하던 그 터를 가 봤네요. 

추억은 그대로인데 이젠 늙어 눈밑에도 주름이 생기고 뱃살은 튜브를 하나 찬 듯한 둥글둥글해져가는 아줌마의 모습을 사진으로 재 발견합니다.  

 

그렇게 며칠을 핸들 꺾이는대로 다녀오며 집에서 좀 떨어진 밭엘 갔습니다.

호박 2개, 박 2개를 심었는데

온 사방에 박과 호박이 점령을 해서 뻗어가고 휘감고 말 그래도 난리가 났습니다. 

아로니아, 블루베리로 감고 돌아가는 녀석들을 일일이 떼어놓고 

클 때까지 잘 커봐라. 그 다음엔 무슨 수가 생기겠지 하면서  

큰 박을 세어보니 무려 서른 개. 

표주박이라면 삶아서 뭐라도 쓰련만 

수박보다도 큰 박이다 보니 삶을 일이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이렇게 잘 될 줄 몰랐는데, 그저 씨앗이 있길래 심으며 두 어 개 잘 달렸으면 좋겠다 했는데... 

 

 

 

 

 

이놈들은 한 곳에 5형제처럼 모여 있습니다. 흥부가 생각나더군요.

 

 

참외도 제법 알맞게 익어가고

 

 

언제 따야 할 지 모르는 수박도 그냥 오래 됐으니 적당하겠다 싶어 땄습니다.

28센티미터 자랐는데 쪼개보니 아주 잘 익었더군요.

잘게 썰어서 밀폐용기에 넣어두고  물 마시고 싶을 때마다 서너 쪽씩 꺼내 먹으렵니다.

 

 

삶아 두었던 서리태를 잣과 갈아 콩물을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씻어 얹었던 캠핑 용품들을 정리하며 여름의 끝을, 휴가의 끝을 정리합니다. 

그리고 내일은 뭘 입고 출근할까 생각하다가 네이비 원피스를 떠올려 봅니다. 

올 해도 잘 쉬고, 더 건강해지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돌아갈 직장이 있음에 감사하면서 늘 행복하다고 주문을 외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