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보면 보고 싶어서 달려가고
일주일만이다.
그녀(?) 혹은 그놈(?)을 안 본지.
내가 여자이니까 그 놈이라고 해둬야겠다.
놈을 하루 정도 안 보는 것은 뭐 그럭저럭 괜찮다.
이틀, 삼일이 지나면 슬슬 보고 싶어진다.
나흘째 되면 달려가 본다.
오늘은 근 일주일만에 달려가 봤다.
그 놈을 보러 갈 때는 딱히 볼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얼굴을 봐야 밀린 숙제를 처리한 듯 마음 한 켠이 가벼워지는 것이다.
그런데 딱히 볼일이 있어 보러 가는 것도 아닌데 늘 그놈에게 잡혀 한 두 시간을 보내고 오는 것이다.
오늘도 그랬다.
친구가 풀을 예초기로 돌려 준다길래 (김매는 수준이 아니다.) 훤해진 녀석의 모습을 상상하며 집을 지나쳐 바로 녀석을 보러 갔다.
친구는 예초기로 둘레만 깎은 것이 꼭 이발기계로 귀밑머리만 밀어 놓은 듯 했다.
"박이랑 호박 덩굴 땜에 더 깎지 못하겠어."
이렇게 말을 듣긴 했지만 보이는 게 지천에 풀이다.
박을 달랑 두 개 심은 것이 서른 개는 달고 있는데 한 개 따서 먹어 볼까 했는데 어린 게 없었다.
부추는 풀에 섞여서 그래도 하얗게 꽃을 피우고 있었고
두메부추도 풀에 섞여서 보라색 꽃을 조금 피워냈다.
녀석들 숨통이라도 트이게 해 주려고 낫으로 풀을 쳐 냈다.
올 봄 거봉과 켐벨 포도나무를 젓가락만한 걸 두 개 꽂아 놓은 게 있는데 한 그루는 전에 구해 주었지만 한 녀석은 무성한 풀에 덮여 보이지 않는다.
적진을 향하여 진군하듯 풀을 쳐 나가며 여리디 여린 포도 덩굴을 구해 주었다.
녀석은 가녀린 덩굴손으로 동부줄기를 부여 잡고 있었다.
풀을 뽑아서 햇빛을 받게 공간을 넓혀 주었다.
모기란 녀석들은 보이지 않는 주둥이를 꽂고는 연신 내 피를 빨아 먹는다.
땀은 밀집모자 쓴 머리속으로 흐르다가 안경알로 뚝 떨어진다.
어디서 긁혔는지 손가락이 쓰라리다.
발을 디딜 수 있도록 고구마 순을 고랑 저쪽으로 넘겨 놓는데 순간 조마조마하다.
모기보다도 진드기보다도 무서운 아니 징그러운 놈.
장지 손가락만한 호랑나비애벌레가 있을까봐 가슴을 졸인다.
한 놈이라도 발견하는 날엔 낫을 내던지며 나자빠질 수도 있으므로.
한 고랑을 다 젖혀 놓는동안 발견하지 못해 다행이었다.
긁적긁적.
샤워하며 비춰보니 오늘은 그래도 적게 울퉁불퉁하다. 10방.
그렇게 모기에 물리며
여섯 번 이상은 기억에 나지 않는 풀을 뽑고 베어줬는데도 늘 비웃듯이 올라오는 풀을 헤쳐 거둬온 녀석들.
풋동부를 까 넣고 아로니아 몇 알을 넣어 붉은색 밥을 짓고 가지를 썰어 들기름을 넣고 들들 볶았다. 이 신선한 맛이 모기에 물리는 고통도, 땀을 흘리며 몇 번씩 풀을 베어 줘야 하는 수고로움도 다 상쇄할수 있을까?